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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北총안구 논란 호들갑..알고보니 1~2인用 산병호
-합참 “북측 GP, 파괴돼 임무수행 불가능” 평가

-일각 “北총안구 여전히 위협적” 호들갑..알고 보니

-군 “총안구가 미니 벙커? 침소봉대 그만했으면”

 
북한군이 남측 GP 검증을 위해 우리 군 안내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남북이 휴전 후 사상 최초로 총대를 거둔 뒤 GP를 스스로 파괴하고, 상호 방문 및 검증까지 하며 군사적 신뢰를 높이고 있지만 ‘총안구 논란’에 몰입하면서 그 의미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남북 군 당국이 시범철수 대상 GP(감시초소)를 완전 파괴하고 휴전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남북 군인들이 상대방 GP를 오가며 상호 검증도 마쳤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기적과 같은 일이다.

국방부와 합참은 지난 17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시범철수 GP 완전 파괴 검증 결과에 대해 “북한 GP는 완전히 파괴됐으며 군사시설로 활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최종 평가했다”고 밝혔다.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합참은 금번 시범 철수한 북측의 GP가 감시초소로서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하여, 불능화가 달성되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 12일 완전 파괴된 시범철수 GP 22곳에 대해 상호 현장검증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방부와 합참은 GP별 통합평가분석회의와 전문가 토의 등을 진행했다.

▶합참 “북측 GP, 파괴돼 임무수행 불가능” 평가=서 중장은 그 결과에 대해 “북측 GP내 모든 병력과 장비는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지상시설인 전투시설과 병영막사, 유류고, 탄약고 등 지원시설은 폭파방식 등을 통해 완전히 파괴한 후 흙으로 복토하거나, 건물 흔적을 제거하고 정리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GP의 지하시설에 대해 “출입구 부분과 감시소, 총안구(일종의 산병호) 연결 부위가 폭파되거나 매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미확인 지뢰지대 내 부분 파괴된 총안구가 일부 식별되었으나, 그 기능과 역할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완전 파괴된 남북의 GP 총 22곳은 비무장지대(DMZ) 내 GP 중에서도 거리가 1㎞ 내외로 무척 가까워 순간의 오판으로 국지전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역 안에 있다. 남북이 이들을 우선 파괴하기로 한 이유는 혹시 모를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우선 완화하기 위한 것.

이로써 남북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합의서를 채택하고, 10월 군사합의서에 따라 GP 시범 철수에 합의한 이래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22곳을 모두 불능화하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1972년 7월4일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며 여러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번 GP 불능화와 같은 실제 행동이 뒤따르지는 못했다. 이번 GP 완전 파괴 및 상호 검증 자체가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군 당국의 이러한 성과 발표에도 일각에서 북한 GP 주변에 조성된 총안구가 완전히 불능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총안구는 GP와 지하갱도 혹은 교통호로 연결된 소규모 진지로, 교전이 일어나면 병사들이 이곳에서 총구를 밖으로 내놓고 총을 쏠 수 있는 시설이다.

하지만 본진격인 GP가 완전 파괴된 상태에서 소규모 산병호가 남아 있다고 해도 기능을 발휘하기란 어렵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우리 측 인원이 북측 GP 파괴 현장을 검증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북한군이 우리 군 GP로 내려와 파괴작업을 검증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군은 북측 GP에 딸린 총안구 대부분의 기능과 역할이 상실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군은 11개 북측 GP 중 6곳의 GP와 총안구는 모두 파괴된 것을 확인했고, 나머지 5개 GP 주변 1~2개 총안구는 미확인 지뢰지대에 있어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북측 주장에 대해 쉽게 믿을 수 있느냐’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남측 GP를 검증하러 온 북측 군인들도 우리 군이 미확인 지뢰지대라고 하면 순순히 수용했다는 점에서 남북이 모두 같은 입장이다.

▶일각 “北총안구 여전히 위협적 호들갑”..알고 보니=군 관계자는 “북한의 5개 GP별로 미확인 지뢰지대에 있는 1~2개 정도의 총안구에 대해서는 신변 안전상 접근해서 볼 수는 없었다”면서 “북한 측은 이들 총안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시범철수 대상이 아닌) 인접 GP의 총안구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을 감안할 때 우리 측 검증반이 접근하지 못한 북한 총안구 시설은 최대 10개 수준이다. 이들 총안구는 파괴된 GP에서 100~200m 거리에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이들 총안구는 1~2명이 들어갈 수 있지만, GP와 연결되는 교통호가 매몰되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서욱 중장은 “북측 검증반에 의한 남측 철수 GP의 검증도 전반적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긍정적인 현장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남북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1953년 휴전 이후 최초로 남북이 서로의 GP를 동시에 파괴하고 함께 검증하며 신뢰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큰 위험 부담을 어렵게 한꺼풀 덜어냈다. 휴전 이후 최대 가시적 성과다.

군사적 긴장 완화,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큰 덩어리로 끊어갈 시점이다. 뭘 할 때마다 지엽적 문제제기에 매몰돼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1~2명이 들어갈 수 있는 총안구가 만에 하나 남아 있다면 추후 남북군사회담에서 이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 논의를 하면 된다.

일각에서 총안구를 ‘미니 벙커’라고 표현하고 있다.

벙커란 적군의 폭격에 견뎌낼 수 있는 최첨단 지하시설을 말한다. 총안구를 미니 벙커라고 부르는 건 과도하다는 게 군의 시각이다.

현대 전쟁은 첨단 무기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GP 철수가 전쟁을 막는 건 아니다. 단지 상징적 위협 제거 과정일 뿐이다. 병사 1~2명이 들어갈 수 있는 산병호가 일련의 남북 군사적 긴장 해소 노력을 막아설 수 없는 시기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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