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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절되고 흐트러진 성당벽화…기계의 시선으로 본 인류의 문화예술은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 미디어아티스트 콰욜라 개인전
-현대 기술ㆍ기계로 유럽 거장 작품ㆍ자연 풍경 재해석
-“기계가 만드는 예술의 가치를 논하는 게 이미 과거의 시선”


미디어아티스트 콰욜라(Quayola, 36)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뒤로 보이는 3채널 영상작업 `스트라타`는 고전명화와 바로크건축 이미지를 기계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헤럴드경제=(인천)이한빛 기자]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미 사람은 기계화가 이루어졌다. 전화 번호를 외우는 대신 휴대전화의 전화부를 검색하고, 길을 기억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 의존한다. 얕은 수준이긴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능력 일부를 기계에 이전시켰다. 기계화는 생활의 편리함 외에도 인지의 확장을 가져온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인간의 눈을 확장시켜 미시와 거시를 오간다. 통신은 공간의 원근을 무시하고 실시간 대화를 가능케한다. AI(인공지능)와 기계가 현대인의 삶에 깊숙히 들어온 시대, 예술은 과연 인류의 전유물이기만 할까.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 등 현대의 기계와 기술을 활용,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재해석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콰욜라(Quayolaㆍ36)의 개인전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2013년 세계적 권위의 미디어 아트 공모전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대상인 골든 니카를 수상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작가는 ‘어시메트릭 아키올로지(Asymmetric Archaeologyㆍ비대칭 고고학)’라는 제목으로 아시아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선보인다. 고고학이란 학문이 과거의 산물을 현재 인간의 시선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라면, 기계나 기술을 토대로 과거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 하는 콰욜라의 작업도 일종의 ‘비틀어진’ 고고학이다. 

콰욜라 개인전 `어시메트릭 아키올로지`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전시엔 프린트, 영상, 조각, 로보틱 인스톨레이션 등 작품 50여점이 나왔다. 작가는 유럽 거장의 회화나 조각, 자연풍경을 기계의 시선 혹은 알고리즘으로 재해석 한다. 로마 예수 성당, 성 피에트로 대성당,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천정벽화를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추상작업으로 변환하거나,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로봇의 시선으로 탐색한다. 원본 그림(혹은 풍경)이 기계의 시선으로 변형되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또한 북유럽의 숲을 레이저 스캐너로 스캔한 프린트 작업도 있다. 카메라가 아닌 레이저 스캐너로 숲의 공간, 거리를 측정한 뒤 이를 작가가 이미지화 한 것이다. 레이저가 닿은 부분은 흰색 점으로, 미치지 못한 먼 거리는 검은 배경으로 바뀌었다. 기계의 시선은 동그란 점의 연속임이 드러난다. 전시장에서 만난 콰욜라는 “프랑스 인상주의 풍경화를 보면, 자연의 모사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풍경화와 달리 인간이 그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추상의 출발점인데, 나의 작업도 지금의 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감성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는지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계속해서 기술을 도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기술과 협업 관계임을 강조했다. 대형 산업용 로봇이 바로크시대 걸작 ‘프로세르피나의 겁탈’(베르니니ㆍ1662)을 스트로폼에 조각하는 ‘스컬프쳐 팩토리(Sculpture Factory)’를 예로 들며 “로봇은 자신의 팔 끝에 드릴이 달렸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일정한 동작을 반복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이 일반적으로 조각하는 방식이 아닌 로봇의 전략과 패턴을 사용해 결과물을 내놓는다”며 “나와 기술의 관계는 악기와 연주자의 관계와도 같다”고 말했다. 

콰욜라 개인전 `어시메트릭 아키올로지`전에 나온 `스컬프쳐 팩토리` 로봇기술을 활용해 고전 조각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그러나 악기 입장에선 훌륭한 연주나 소음이나 모두 소리일 뿐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 곧 인간이 음악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콰욜라의 파트너인 기계가 만든 조각이 과연 아트인가, 그건 관객의 판단인 셈이다. 작가는 이같은 평범한 비평을 재치있게 반박한다. “요즘엔 그 누구도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작업을 하고 인화하는 것에 갑론을박 하지 않는다. 기술을 사용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기술로 연명하고 있다. 기계가 만드는 예술의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과거의 시선이 아닐까”.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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