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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풀 반대 사망 후폭풍…“생계 달린 문제” vs “시대 변화”
-택시기사들 “남일 같지 않아” 한 목소리
-“카풀 서비스 시기상조” 반대 목소리 여전
-“시대 흐름 문제… 택시업계 달라져야” 

11일 서울역에서 만난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카풀을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택시기사 사망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그만큼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는 거죠.”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3)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잃은 최모(57) 씨 얘기를 하면서다. 그는 당일 영등포 근처에서 손님을 태우고 가다가 이 소식을 듣고서 안타까움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운전을 했다고 했다. 김 씨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얼마나 그가 힘들었을지 느껴진다. 가뜩이나 힘든데 카풀이 들어오면 정말 생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목숨을 내놓는 것은 하면 안되는 일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1일 서울 곳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택시기사 최 씨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최 씨의 일이 “남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진만(62) 씨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동안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번 지적하며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사단이 났다는 지적이다.

카풀 반대를 외치는 택시 기사들을 향한 일각의 차가운 시선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택시기사 전모(53) 씨는 “카풀 반대 집회를 할 때 사람들이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팠다”면서 “아무리 시장논리가 냉혹하다고 해도 당장 사람이 어려워서 못살겠다는데 그동안 못했으니까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아직 자식들도 대학에 보내야 하고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카풀 서비스에 대해 “이제는 막지 못하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영등포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 윤모 씨는 “택시운전 20년 하면서 승차거부 한번 안 하고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카풀을 이길 자신이 없다”면서 “세계적인 흐름이라는데 우리가 막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시민들은 택시기사의 죽음에 대해 가슴 아파하면서도 카풀에 대해서는 택시업계와 원만한 합의를 통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한지훈(24) 씨는 “카풀이 빨리 도입됐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버지 같은 분이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면서 “카카오와 업계가 합의점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의 사망과 별개로 카풀 서비스는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마포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유모(38) 씨는 “다른 나라는 택시와 우버 서비스 모두 있는데도 잘 돌아간다고 알고 있다”면서 “택시업계가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한편 택시업계는 택시기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오는 20일 10만명 규모의 제3차 카풀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는 11일 서울 강남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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