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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결국 상장하는 교보생명...공모가 얼마나 될까
장외가ㆍ경쟁사 감안시 1주 30만원
재무적투자자(FI) 수익 날만한 수준
신주발행 따른 구주가치 희석 ‘변수’
신창재 회장 경영권 위협 사라질 듯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교보생명이 마침내 상장을 결정했다. 상장 배경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교보 측은 창립 60주년을 전환점으로 경영투명성을 더욱 제고하고, 자본확충으로 장기성장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분 과반을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회수 요구에 응한 것이란 시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주가다. 장기성장 기반이든, FI의 성공적인 투자회수이든 관건은 주가이기 때문이다. IFRS17 적용으로 생명보험사들의 자본부담이 강화되고 고령화와 경기침체로 생명보험 시장이 위축된데다, 증시마저 부진한 점은 부정적 요소다. 반면 교보생명이 장기채권 회계기준이 아주 투명하고, 수익성이 안정적인데다 비교적 좋은 대외평판을 유지한 점은 긍정적이다.


교보생명 최대주주는 신창재 회장이지만 지분의 50.12%는 펀드(생명보험사 제외)가 보유 중이다. 2007년과 2012년 유상증자로 자본조달을 하면서다. 옛 대우그룹(현재 포스코대우)이 가졌던 지분도 외국계 펀드에 넘어갔다.

신 회장이 일부 이들 주주들에 주식을 되사겠다는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을 보장한 것은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다. 다만 신 회장이 지분을 되살 자금력을 갖췄을 리 만무하다. 교보생명이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법이 가능하지만 상당한 재무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2009년 동양생명을 시작으로 2010년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2014년 미래에셋생명까지 증시에 데뷔하면서 교보생명의 상장도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현재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300%에 못미친다.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이 때문에 올해에는 5억 달러 규모의 해외후순위 채권도 발행했다.

상장을 한다면 공모가는 얼마나 될까? 신주발행 규모가 변수지만, 일단 현재 구주만으로 추정해보자.

2007년 유상증자 때 발행가격이 1주당 18만 5000원이었다. 당초 계획했던 200만 주 가운데 129만 3651주가 실권이 났었다. 실권주는 코사이어코리아인베스터스가 108만 2791주, 우리사주조합이 21만 860주를 인수했다. 이해 말 신용희, 신문재 등 특수관계인도 지분 5.3%(109만 2165주)를 핀벤투어스KBL에 매각한다. 2012년에는 포스코대우가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매각한 가격은 1주당 24만 5000원, 총 1조 2054억 원이다.


한화생명의 반기기준 순자산(개별기준)은 9조 9833억 원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대다 주가순자산배율(PBR)로 따지면 0.37배가 채 안 된다. 삼성생명의 순자산은 26조 7272억 원인데, 시총은 16조5000억원이 채 안된다. PBR 0.62배 미만이다. 9월 말 기준 교보생명 자본총계는 9조 4314억 원가량이다. 한화생명 정도 평가를 받는다면 시총 3조5000억원, 삼성생명 정도라면 5조8000억원 가량이다. 주가로 따지면 28만원 이상이다. 덩치는 작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한 오렌지라이프의 PBR은 0.64배로, 이 정도 가치를 인정받으면 교보생명 주가는 30만원에 근접한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교보생명 주식은 29~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자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보유중인 장기채권을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 시가를 정확히 반영하도록 회계처리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방식이다. 이 때문에 덩치가 큰 삼성생명이나, 자본이 더 튼튼한 오렌지라이프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FI들이 투자회수할 만하다.

변수는 신주발행이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자본확충이지만,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희석될 수 있다. 펀드들은 투자자들에게 일정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길게는 10년 넘게 교보생명에 투자했는데, 충분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렵다. 성과보수도 받지 못한다. 최근 증시 상황과 좀처럼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생명보험주의 저주’까지 겹칠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기피로 펀드주주들이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상장 방침을 밝힌 만큼 FI들이 내년 주총 때 이사회 참여를 시도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FI 가운데 코사이르캐피탈에서 하리 라잔 사외이사를, 어피니티에서 이상훈 대표 를 각각 파견하고 있다. 교보 측에서 선임한 이중효, 황석식 사외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한편 교보생명이 상장 방침을 밝히면서 교보증권 매각 가능성은 낮아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팔아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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