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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진상위 “MB 청와대, ‘인권위 블랙리스트’ 작성 확인…검찰 수사의뢰”
-인권위, 블랙리스트ㆍ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결과 발표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국가인권위원회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조직 관리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대통령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권고하기로 했다.

인권위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인권위 블랙리스트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인권위 블랙리스트 사건이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0월 청와대 행정관이 ‘통제가 필요한’ 인권위 직원 10여명의 성향 등을 담은 명단을 인권위 측에 건넸다는 의혹이다. 앞서 인권위는 블랙리스트 진상을 파악하라는 인권위 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지난 2008년 인권위가 광우병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 측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후 본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는 2008년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것과 2009년~2010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작성ㆍ관리한 것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지난 2009년 10월경 서울 중구 소재의 한 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전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인사기록카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인권위 업무활동(직권조사, 경찰징계 등 권고)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별정ㆍ계약직 직원을 축출하고, 인권위 조직축소(정원 44명 감축, 전체정원대비 △21.2%)를 통해 미처 축출하지 못한 직원 등을 사후관리 하고자 작성ㆍ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가 정부 주요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보편적 인권 관점에서 사안을 보는 인권위 본연의 역할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제거해야 할 걸림돌로 보아, 블랙리스트와 조직개편을 통해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해 민감한 사회 현안에 침묵하는 정권 맞춤식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인권위 독립성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침해,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사건 당시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아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과오를 반성하고 대국민 사과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직원들이 징계나 해고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인권위는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와 조사권한의 한계 등으로 밝히지 못한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인권위가 독립적 인권보장기구로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는 등 인권위 독립성 훼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도 대통령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우동민 장애인인권활동가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우 씨는 지난 2010년 11월 약 한 달간 인권위 건물에서 점거농성를 하던 도중 고열과 복통을 호소하다 숨졌다. 당시 인권위는 2010년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인권위 건물의 활동보조인 출입과 식사 반입을 제한하고, 난방 가동 등을 중단했다.

인권위의 진상조사에 따르면 “당시 인권위가 경찰에 의한 출입통제, 엘리베이터 통제 등을 통해 활동보조인 출입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난방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우동민 활동가를 비롯해 중증장애 인권활동가들이 활동보조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장시간 추위에 노출됐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우동민 활동가의 사망이 인권위 청사 내 농성참여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지만, 당시 인권위의 조치가 우동민 활동가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인권활동가, 우 씨의 유가족,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향후 우 씨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와 인권위 차원의 인권옹호자 선언 채택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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