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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우의 현장에서] KTX 열차탈선사고 2%아닌 200% 부족했다
사고 전 인력관리와 시설 점검 책임 문제 100%, 사고 후 피해를 겪은 승객들에게 했던 대응 부실 100%. 제목에서 언급한 ‘200% 부족함’은 이렇게 계산됐다.

전국의 철도노선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는 공기업인 코레일은 ‘아마추어’ 같은 운영으로 문제를 만든 것도 모자라, 열차 사고 후 안일한 대처로 또 한 번 물의를 빚었다.

이번 사고에서는 중경상을 입은 15명의 승객ㆍ승무원만이 언급되지만, 실제 피해자는 그보다 더욱 많았다.

사고 열차는 10량. 그 안에는 198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시속 103㎞로 달리고 있던 열차가 선로를 이탈. 전신주를 들이받는 상황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고, 이후 안일한 대처로 오랜시간 피해를 당한 승객들은 전기가 끊긴 전동차 안에서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승객들이 코레일에게 받은 것은 달랑 문자 하나. “탈선사고로 열차 이용에 큰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승차권 운임은 1년 이내 전액 환불해 드리며, 사고로 인한 병원 진료 등을 원하시는 경우 가까운 역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사이 강릉발 서울행 KTX열차는 45시간을 운행하지 못했다. 열차를 타야만 했던 많은 사람들도 추가로 시간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언급이 나올 정도로, 코레일이 안전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헌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의 선로 시설물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지만, 인력은 그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선로 시설물은 2015년 8465㎞에서 2년이 지난 2017년에는 9364㎞, 터널과 교량은 9333개소 1772㎞에서 올해 9714개소 2109㎞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를 유지ㆍ보수, 관리해야하는 인력은 그만큼 충원되지 않았다. 2015년 4124명이었던 시설관리 책임자는 지난해 4186명으로 6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선로 시설물의 길이는 10.7% 늘어났는데 인력은 1.5%만 늘어난 것이다. 시설분야 정비인력과 관련한 예산도 4103억원에서 4243억원으로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존 인력들에게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레일은 지난해 약 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인력과 예산 절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곤 해도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시설물 관리와 관련된 부분에서 소홀했다는 것은 일의 경중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현재 국토부와 경찰은 사고 원인에 대해 확실한 진상규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진행될 진상규명을 통해 정확한 사고원인이 다시 조명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진행된 초동 조사에서는 남강릉분기점의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단다.

지난 8일 오전 7시30분 열차 탈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 남강릉분기점 일대 신호제어시스템 오류 신호가 포착됐고, 코레일 측은 열차를 차량기지로 보내는 ‘21A’에 문제가 있다고 신호가 떠 21A의 점검을 진행했는데, 실제론 서울로 차량을 보내는 ‘21B’가 고장 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고장 난 선로전환기는 선로를 제대로 잇지 못했고, 선로는 끊긴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열차가 운행되면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은 많은 이슈들을 당면하고 있는 조직이다. 현 정부의 고용문제나 남북철도연결, 코레일-SR 통합 등 이슈가 코레일 앞에 상당수 혼재해 있다. 이런 코레일이 가장 기본이 될 ‘안전’ 문제에서 소홀했다는 점은 향후 책임지고 신경써야 할 문제들을 놓고서 걱정이 앞서게 만든다.

철도는 근대 이후 한반도의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1969년 경부고속도로가 착공하기 이전, 모든 화물 운송은 경부선 열차가 담당했다. ‘춘천행 기차’, ‘호남행열차’ 등 일부 노선은 많은 국민들의 추억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중추적 역할과 추억. 많은 의미를 담당해왔던 한반도의 동맥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많은 국민들이 그 속에서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일 사퇴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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