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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영식 사퇴] 정치이슈에 밀린 안전…KTX는 불안을 안고 달렸다
코레일 사장 “책임 통감”
20일간 사고 10건 결정타
실세 정치인, 전문성 한계
“공공성ㆍ현장경험” 목소리


지난 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서울행 KTX 열차 탈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사고 열차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오영식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의 어깨를 짓누른 것은 결국 ‘안전’이었다. 지난달 19일 KTX와 포크레인 충돌 사고 이후 KTX 강릉선 탈선까지 최근 20일간 발생한 10건의 사고가 사퇴 결정의 요인이 됐다.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정규직 전환과 남북철도 연결, SR 통합 등 정치적 이슈에 전념하면서 안전문제를 경시했다는 비판을 쏟아졌다.

‘낙하산’이란 꼬리표가 다시 오 사장의 발목을 잡았다. KTX 강릉선 탈선 사고 브리핑에서 그는 “기온 급강하로 선로에 문제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일 강릉의 최저기온은 영하 7~8도였으나, 더 낮은 기온에서 열차가 정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고들이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오 사장의 전문성 부족을 질타하는 정치권의 잡음도 잇따랐다. 지난달엔 야당 의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철도사고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요청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간사 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하며 상임위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긴급 현안질의는 KTX 강릉선이 탈선하고 나서야 합의가 이뤄졌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지난 2월 16일 경기도 고양시 수도권차량융합기술단을 방문, KTX 정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오 사장은 인력 감축과 과도한 조직 개편이 코레일의 실행력을 꺾었다는 소신을 밝히며 물러났다.

오 사장도 “그간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고도한 경영 합리화 및 민영화, 상하분리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코레일이 안전을 확보하기 힘든 내부적인 문제에 직면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도 이런 안전불감증을 초래하는 요인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 철도 차량유지보수 분야의 정비 인력은 작년 기준 정원 대비 205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ㆍ항공ㆍ도로 등 시설 확충과 개선에 쓰도록 규정된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도 최근 2년간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은 ‘눈 가리기식’ 열차 운영도 계속됐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조사/압수한 코레일 문건에 따르면 KTX-산천 열차의 제동실린더 결함으로 급제동이 발생했다. 코레일은 제동실린도를 다시 설계해 지난 9월 개선품을 제작했지만, 실제 적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승객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KTX에 오른 셈이다.

철도 공공성을 위한 전문인력의 교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직부터 KTX 전 열차의 상황까지 선제적인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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