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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광주시 ‘책임 전가’ 모드에…할말 잃은 현대차
표류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업 주체인 광주시가 여전히 안일한 상황 인식 아래 투자자와 노동계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현대자동차의 답답함도 덩달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무산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히 투자협상을 재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기자회견문은 “광주시민과 국민들께 죄송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에도 송구스럽다”는 사과로 시작한다.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광주시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현대차와 노동계를 각각 20여 차례 이상 만나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안간힘을 썼다”, “절박한 심정으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대안을 마련했지만 현대차와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등의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완성차공장 사업의 경영주체가 될 자신들을 마치 투자자(현대차)와 노동계 사이 ‘중재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들이 나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투자자와 노동계를 동시에 설득해 나갈 확고한 비전과 흔들림 없는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광주시의 안이한 인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시장은 “다른 중요한 쟁점들이 모두 합의됐음에도 오직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 하나 때문에 협약체결이 무산돼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했다.

애시당초 현대차의 투자 의향을 이끌어낸 단초였던 이 ‘사실상의 임단협 유예’ 조항을 두고 ‘거의 다 됐는데 현대차가 세부적인 한 가지를 끝내 안 받아들여 무산됐다’는 식으로 포장한 것이다.

적정임금과 안정적 노사관계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현대차가 사업을 검토할 이유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광주시가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알고 그랬다면 현대차에 부담을 주고 압박하려는 반(反)기업적 행태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광주시는 지난 4일에는 노동계와 합의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와 잠정 합의’, ‘타결 임박’ 등의 내용을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표류만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시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현대차와 지역노동계도 일자리 상황의 엄중함과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적극 동참 해주시리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일자리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당연히 알겠지만 주식회사인 현대차가 향후 불보듯 뻔한 노사갈등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묻지마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묻고 싶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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