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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쿨 미투’ 대자보 붙이지 말라는 학교…전문가들 “표현의 자유 침해”
-학교 측, “교내 학칙에 따라 대자보 승인 받아야”
-의견 표현 막지 말라는 학생인권조례 ‘유명무실’


최근 학생들이 교내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등에 대해 저항하며 교내에 대자보, 포스트잇 등을 붙이면서 학교측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학교는 대자보 등을 붙이려면 교칙에 따라 사전에 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전 승인은 ‘검열’의 기능을 한다며 이러한 교칙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은진(가명ㆍ19) 양은 교내 발생한 성희롱 문제를 고발하는 대자보를 붙였지만 이를 떼어버리는 학교 측과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 학교 측은 교내 규칙에 따라 대자보를 붙이려면 학교장의 승인을 미리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에겐 ‘하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여 졌다. 익명으로 스쿨 미투에 동참한 학생들에게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장치는 신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이 양은 “교내 성희롱 등 인권침해에 대해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학교장도 책임이 있는데도, 이를 고발하기 위해서 교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건 문제제기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학생들이 교내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등에 대해 저항하며 교내에 대자보, 포스트잇 등을 붙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학교는 대자보 등을 몰래 떼어가거나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제재하며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는 교내 규칙에 따라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선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표적으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최대한 제한을 두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16조에 따르면 ▶학생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학교는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 부당하고 자의적인 간섭이나 제한 해선 안되고 ▶ 학교는 교지 등 학생 언론활동,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역시 마찬가지다. 16조에는 ‘학생은 서명이나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모을 권리를 가지고,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 이를 지도 ㆍ감독할 수 있지만 부당하고 자의적인 간섭이나 제한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UN 아동권리협약 12조에서도 ‘당사국은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해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학생인권의광장 관계자는 “해당 기관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있는 교칙이 발견될 경우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이를 삭제하라고 학교 측에 권고하고 있다”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UN 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이기 때문에 이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대자보 등에 대해 미리 승인을 하는 것은 검열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자보 등을 어디에 붙여야 하는지 등 방법에 대해서는 안내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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