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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보다 무서운 불확실성…움츠리는 기업들
[사진=헤럴드DB]

- 경기동행지수ㆍ경기선행지수 모두 ‘부정적’ 전망 지속
- 소비시장 얼어붙은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마저 불안
- 설비투자율 급락…“실물경제 發 위기 현실화 우려”
- 반도체 투자 감소하고 중공업은 희망퇴직까지
- “규제 개혁과 기업 중심 정책수립 절실”


[헤럴드경제=손미정ㆍ이세진 기자] “내수는 오랜 기간 부진했습니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글로벌 호황 마저 꺾일 조짐이 보이는 게 문제입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는 감내하기 힘든 시기를 지나야할 것 같습니다.”

암울한 2019년 전망 속에 기업들의 경영기조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 조짐이 뚜렷하다.

기업들은 눈앞에 닥친 불황보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뚜렷해지고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가 뚜렷하게 줄고 있다.

소비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마저 불안해지면서 기업들이 허리띠를 바짝 조여매는 모습이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친 노동 기조의 일련의 기업정책도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움츠러드는 기업의 현실은 경제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이후 9년 5개월만에 최저치인 98.4로 떨어졌다. 3~6개월 단기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도 98.8을 기록하며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기준선 100 아래는 현재와 앞으로의 경기흐름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투자 기조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 4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서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0.6%로 잠정 집계됐다. 2분기에 이어 0%대 중반 성장세다. 악재는 투자 부문에서 나왔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수치를 보였다. 건설투자가 -6.7%로 외환위기(1998년 1분기 -9.7%) 이래 82분기 만에 최저였고, 설비투자 또한 -4.4%를 기록했다. 기계류(-9.5%) 하락세가 가팔랐다. 설비투자의 부진은 기업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공장 건설과 기계류 구매를 주저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재계 관계자는 “실물경제 위축이 경제위기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제조업 가동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설비투자도 역주행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공장들이 놀고 있는 상황인 것”이라고 전했다.

비단 통계 뿐 아니다.

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이 부정적 경기 흐름에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고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와 함께 이미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43조4000억원 대비 26.7% 감소한 31조8000억원 가량으로 잡았다. 올해 16조원 수준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 투자 지출을 올해보다는 하향조정 하겠다고 밝혔다.

GM의 군산공장 철수부터 시작된 한국 자동차업계의 부진은 지역 경제를 강타하며 제조업의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중국과 미국 시장 판매 부진과 무역전쟁ㆍ환율 하락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완성차의 위기는 관련 부품사 등 협력업체 줄도산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중후장대 산업의 주축인 발전시장 또한 신흥국발 위기와 공급과잉 여파에 따른 전 세계적인 발주 감소로 휘청이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신흥국에 신규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미국발 환율 위기 등 상황이 악화되며 발전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며 “글로벌 발전회사인 GE, 지멘스, 미츠비시 등도 대규모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직원들을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에 전출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순환 유급휴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선을 모두 수주하며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수주 가뭄’을 벗어난 듯 보였던 조선업계는 아직도 멀었다.

과거의 수주절벽에 따른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어 투자여력은 ‘언감생심’이다.

삼성중공업은 지속되는 적자 기조 속에 지난달부터 7년차 이상 생산직 대상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목표 초과 달성 기대에도 불구하고 해양플랜트 수주난이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본부의 유휴인력 활용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기의 2019년을 앞두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올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 심화로 인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됐으며, 내년에도 제조업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성장 동력 제고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더불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기업 중심의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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