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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어려운 사람들에 더 가혹한 추위…화재 취약한 ‘비주택 주거 가구’
[사진=서초소방서 제공]

-39만 ‘비주택 주거’ 가구 절반은 “난방 어려워”
-추위 피하려 노후 전열기구 쓰다 화재도
-“비닐하우스 화재 취약…대형 화재 가능성”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한 비닐하우스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은 가연성 비닐을 타고 큰불로 번졌고, 소방인력이 대거 투입돼 화재진압에 나서야 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시작된 불은 소방인력 78명이 투입된 끝에 50분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화재가 난 비닐하우스 안에는 주민 1명밖에 없었고, 소방당국은 비닐하우스 내부를 수색해 도착 5분여 만에 안에 있던 주민을 구조했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로 주거용 비닐하우스 2개 동은 절반 가까이 소실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주거용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화목 난로를 사용하다 불씨가 인근 가연성 물질에 옮겨 붙어 화재가 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소방 관계자는 “환경이 열악한 비닐하우스라 불이 빠르게 옮겨 붙었다”며 “난방을 위해 비닐하우스 안에서 화목 난로를 사용하다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한파가 몰아치며 난방 기구에 의한 화재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주거 환경이 열악한 전국 39만 비주택 가구 대부분은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 비주택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비주택 주거 가구는 전국적으로 39만3000여 가구에 달한다. 지난 2005년 5만7000여 가구에 불과했던 비주택 가구는 10년 사이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에는 여관이나 일터 등에서 숙식하며 지내는 경우가 상당수지만,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지내는 가구도 1만1409가구나 된다.

비주택 가구에 사는 취약계층은 겨울철이 더 힘들다. 제대로 된 난방 기구가 갖춰지지 않아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는데다, 화재 예방 시설은 거의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비주택 가구 중 아예 난방시설이 없는 가구는 24.1%, 실내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가구는 절반이 넘는 57.5%로 조사됐다.

특히 비닐하우스의 경우, 난방 기구가 있다 하더라도 실내 화목 난로나 노후화된 전열 기구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조사에서 비주택 가구의 평균 화재 위험 평가 점수는 2.97점으로 ‘열악함’ 수준을 보였다. 실제로 대표적인 비닐하우스촌인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8번의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화재로 인한 이재민만 200여 명 이상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겨울철 화재에 취약한 비주택 거주 가구에 대한 화재 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화재 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 소방 관계자는 “겨울철 비닐하우스 등을 돌며 순찰과 함께 비상구를 만들어주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비닐하우스 특성상 인화성이 높은 재질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형 화재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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