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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길 바쁜 한국경제]일자리-투자 위축 등 활력 저하…예산안 공전ㆍ리더십 공백에 사면초가

첨예한 사회갈등에 대외리스크까지…‘5중의 덫’에 걸려 위기 심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경제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일자리와 투자 등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속절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기한을 훌쩍 넘겨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수장의 실질적인 공백상태가 1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탄력근로제 등 현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 등 이해집단의 첨예한 갈등, 미중 무역전쟁과 미 금리인상 등 대외 리스크까지 우리 경제가 ‘5중의 덫’에 걸려 방향감각을 상실한 형국이다.

무엇보다 각종 경제지표는 경제위기를 방불케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일자리의 경우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9개월째 10만명선 아래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실업자는 동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18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실업률은 2005년 이후 13년만의 최고치였다. 특히 취약계층이 일자리 감소의 타격을 받으면서 올 3분기 상ㆍ하위 20%의 소득격차(5분위 배율)가 2007년 이후 1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장률은 지난해 3.1% 반짝 성장에 이어 2% 중~후반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위기의식과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로는 민생과 경제위기 극복을 외치면서도 예산안 심사라는 가장 중요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예산안 심의 기간에 국회를 보이콧해 시간을 끌더니 막판 밀실ㆍ깜깜이 심사를 벌이고, 법정 처리기한(12월 2일)을 훌쩍 넘겨 정부 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선거법까지 연계되면서 예산안 국회 통과는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사회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고통분담이나 사회통합 정신은 고사하고 이해집단의 목소리만 난무하고 있다. 자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하자 카드업계가 이익이 줄어든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탄력근로 단위시간 확대나 새로운 노사민정 합의 모델로 떠오른 ‘광주형일자리’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조정할 국가 리더십과 경제 컨트롤타워는 미약하거나 거의 실종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9일 경제부총리 교체 발표 이후 산업경쟁력강화회의 등 경제정책 협의체는 사실상 중단됐고,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불발로 홍남기 경제팀의 출범도 지연되고 있다. 이달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은 물론 규제개혁과 혁신성장 대책, 소득양극화 완화 방안 등 시급한 경제정책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부도 문제지만 대외 리스크의 파고도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일시 중단했지만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고, 더 큰 위험 요소는 세계경제의 둔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3.7%에서 내년엔 3.5%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가 위축되면 반도체 수출에 의존해 그나마 힘겹게 버텨왔던 한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경제의 위기는 과거 외환위기처럼 충격이 갑자기 몰아치는 형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점진적으로 허물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민생 위기가 더 심화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각계의 고통분담이 시급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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