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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압엔 운동이 보약…동장군과 맞서진 마세요
날이 추울수록 혈압 올라가…고혈압 환자, 겨울철 운동 새벽보단 오후가 바람직


#고혈압을 앓고 있는 원모(63) 씨는 퇴직 후 적적함도 달랠 겸 지난해 여름부터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집 인근 공원을 한 시간가량 달렸다. 운동이 혈압 관리에 효과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말의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처럼 운동을 나갔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낮은 기온 때문에 혈압이 상승, 심근경색이 온 탓이었다. 마침 근처 행인의 도움으로 병원에 급히 옮겨져 목숨을 건질 수있었다.

매년 12월 첫째 주는 ‘고혈압 주간’으로, 18회째인 올해는 오는 9일까지 7일간이다.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한국고혈압관리협회가 2001년 선포했다.

최근 기온이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낮에도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일부 지역은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을 정도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혈관벽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할 위험이 높다. 심근경색 등이 발생, 돌연사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물론 일반인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르는 혈압 탓…추위, 심장ㆍ혈관에 부담=’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고혈압은 증상이 별로 없어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서서히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에 빠지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고혈압은 피가 혈관벽을 너무 세게 미는 것으로, 수축기(최고)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혈압이 이렇게 높게 유지되면 서서히 혈관벽에 손상과 변화가 생겨 합병증이 발병하게 된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긴 혈관이 뇌혈관이면 뇌경색이나 뇌출혈, 심장의 관상동맥이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을 일으키게 되고 대동맥이 늘어나거나 터질 수 있으며, 심부전으로 숨이 차기도 하고 콩팥 기능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요즘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는 혈압이 급격히 올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혈압 관리에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혈압은 기온에 따라 변하게 된다. 날씨가 추우면 혈압이 올라가고 따뜻하면 내려간다. 정상 혈압을 보이는 사람도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이 1.3㎜Hg 정도 올라가고 확장기 혈압은 0.6㎜Hg 정도 높아지게 된다. 즉, 기온이 10도만 내려가도 혈압은 13㎜Hg나 올라가게 된다.

이에 대해 김우식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몸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항진, 말초 동맥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고 했다. 박창규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도 “날씨가 추워지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되고 피부의 혈관이 수축하므로 심장은 더 큰 압력을 가해야 전신에 피를 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혈압이 높아지다 보면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도 강해진다”며 “이미 동맥경화증으로 약해진 혈관은 쉽게 손상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혈관 내 혈전이 만들어져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질 수 있으므로 고혈압 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추운 곳에서 오래 머물다가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며, 심하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소실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서서히 실내 온도에 적응할 수 있게끔 여유를 갖고 실내로 들어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외출 전후 실내외 기온 차이에 의한 체온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꾸준히 혈압 점검하며 혈압약 복용해야=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반드시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 복용을 중단했을 경우 중풍 등 뇌손상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질 때에는 고혈압 환자의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때문에 안정적으로 혈압을 관리하기 위해 꾸준히 혈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대개 혈관의 혈압 조절 능력이 감소된 노년층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는 경우, 심부전이나 전립선 비대증으로 약물 투여를 하는 경우, 실내외 기온의 차이가 많은 경우에 혈관의 혈압 조절 능력이 더 많이 감소하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운 날씨에 혈압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외출을 할 때에도 체온이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고, 외출후 집으로 돌아올 때에도 지나치게 실내 온도가 높아 체온이 갑자기 많이 상승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따라서 잠깐 집 밖으로 나간다고 반소매나 가벼운 옷차림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은 외출 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외출 후 돌아와서도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에게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혈압약의 효과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흡연도 혈압 상승을 유발하며 각종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김 교수는 “과음하면 다음날 아침 심장 부정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관상동맥이 경련ㆍ수축해 심장에 혈액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심장 허혈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태에서 흡연하면 니코틴 성분에 의해 교감신경이 자극받아 심혈관에 무리를 주고 심장과 뇌로 가는 산소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러한 환자는 겨울철 심ㆍ뇌혈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살이 찌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되고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여러가지 호르몬이 많아져 혈압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짠 음식을 적게 먹고, 칼륨이 많은 과일과 야채를 먹으면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으므로 김, 해파리, 미역 등의 해산물, 사과, 토마토, 포도 등 과일, 부추, 오이, 시금치 등 채소류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 요법도 고혈압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박 교수는 “심폐 지구력을 기르는 속보, 가벼운 조깅,수영 등이 좋다”며 “하루에 30분 정도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운동 전후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은 필수다”며 “새벽보다 기온이 올라간 오후에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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