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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하고싶은 말만 하겠다는 文대통령 기자간담회에 실망
문재인 대통령의 1일(현지시각) 기내 기자간담회가 실망스럽다.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은 일절 받지 않는 반쪽 간담회였기 때문이다. 통상 대통령 장기 외유 때는 이동중 기내 기자 간담회를 갖는 게 관례다. 이 자리에서 순방 성과를 비롯한 국내외 현안에 대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취임 후 이번이 세번째 기내 기자간담회다.

그런데 이날 간담회가 시작되면서 문 대통령은 “국내 문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외교 관련 사안만 대답을 하겠다며 일방적 통보를 했다. 실제 기자들이 2~3차례에 걸쳐 “질문을 안드릴 수가 없다”며 경제문제 등을 언급했지만 “짧게라도 답하지 않겠다”며 말을 끊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나름 순방 성과를 거뒀다. 국내 문제 질문에 응하다보면 그 성과가 희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경제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단의 비위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니 그럴만도 하다. 연일 추락하는 지지율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문제를 막론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와도 같다. 설령 본인이 내키지 않더라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과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야 하고 국민들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언론을 싫어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화를 내고 인상을 쓰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사안이 예민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질문을 선택적으로 받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사전 질문지도 없고, 질문자도 현장에서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의 내용이 다양해지고, 사전 조율없는 대통령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들을 수 있어 언론도 높게 평가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기에 이번 반쪽 간담회는 더 실망스럽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면 그렇게 지탄하던 이전 정부의 ‘불통’과 다를 게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남이 많이 부족하다. 미국처럼 월 2,3회 정례적인 기자회견은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번정도라도 국민들과 마주해야 한다. 셔츠 차림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마이크 앞에 선 대통령을 우리도 보고 싶다. ‘소통대통령’을 자처했던 문 대통령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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