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임직원 행사에서 전격 발표…내년부터 모든 경영 참여 않는다
- 그룹에 변화 촉구…“떠남으로써 변화와 혁신의 빅뱅 시작된다면 내 임무는 완수”
- 장남 이규호 전무 승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COO로 패션부문 총괄
- 지주사의 컨트롤타워 역할 확대,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습니다.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밖에서 펼쳐보려고 합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벗고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걷는다. 지난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19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1월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임직원들도 전혀 예상 못한 퇴진이었다.

이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퍼즐세션 말미에 예고 없이 연단에 올랐다. 이후 이 회장은 “내년부터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 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이후 이 회장은 퇴임 레터를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 여러 차례 고민한 흔적이 담긴 허심탄회하게 본인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글이었다.

이 회장은 서신에서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 며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했다.

스스로를 ‘금수저’라 칭한 이 회장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 그 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 놓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회장의 퇴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그룹의 변화와 혁신의 의지에 모아졌다.

그는 “제가 떠남으로써 우리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제 임무는 완수되는 겁니다. 제가 떠날 때를 놓치고 싶지 않듯이 여러분들도 지금이 변화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고 밝힌 뒤 “지금 이 순간 변화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수 윤태규 씨의 ‘마이 웨이’의 노래를 인용한 이 회장은 “부딪치겠다. 넘어지면 바로 일어서겠다.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저의 길을 걸어가겠다”라며 “그 갈림길에서 코오롱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갈 여러분들에게 믿음과 축복의 박수를 치겠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 퇴임에 따라 지주사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지주사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코오롱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두고 그룹의 정체성과,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간 협력 및 이해 충돌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코오롱그룹은 2019년도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한다. 유 사장은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 승진했다.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으며,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한다.

그룹 관계자는”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