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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저임금 상승 부담, 돌고 돌아 결국 소비자 몫 될 판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실망스럽다 못해 허탈하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자영업자가 덤터기를 쓰게 됐다는 비판이 일자 카드사로 이를 떠 넘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적용범위를 기존 연 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일반가맹점들도 500억원 이하까지는 구간에 따라 0.22~0.30%포인트 내렸다. 새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동네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의 부담이 연간 15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로선 다소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사정이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연 매출 5억원 이하의 영세사업자들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매출세액공제 등을 통해 수수료를 거의 돌려받고 있어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인데 상실감이 클 것이다. 하긴 혜택이 집중됐다는 5억~30억원 규모의 중소 자영업자들도 이런 정도로 사정이 나아지기는 힘들다. 그나마 부담이 줄긴 했으나 최저임금 인상 차액 보전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더 황당한 것은 정부가 생색을 잔뜩 냈지만 결국 이 돈은 카드사의 팔목을 비틀어 마련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카드사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 7개 전업계 카드사이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800억원 정도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이상 줄었다. 이런 판에 수수료율 개편으로 8000억원 가량 순이익이 더 감소하게 됐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카드사는 각종 부가 서비스를 점차 축소할 게 뻔하다. 가장 손쉬운 카드 연회비 인상도 만지작거릴 수밖여 없다. 결국 카드사 손실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부가 서비스가 축소되고 연회비가 인상되면 소비자의 카드 이용도 줄어들게 된다. 소비가 줄면 자영업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수료 인하의 역풍이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수수료 인하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2.5% 줄어든다는 민간경제연구기관 보고서도 나와 있다.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건 카드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은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최저임금이 그 한 복판에 있다. 이걸 손보지 않고 이런 저런 대책을 마련해봐야 미봉책일 뿐이다. 자영업자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부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최저 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업종에 따른 차등 적용 등 부작용을 줄이는 게 더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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