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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미술관, 학교예술교육의 장으로
필자가 문화선진국의 여러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가장 부러웠던 점은 미술관 교육사와 학생들이 작품 앞에서 현장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이었다. 미술관이 학교예술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최근 한국에서도 ‘학교교육과정연계 체험학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미술관을 방문하는 기회가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단순한 전시 관람이나 체험활동에 그쳐 아쉬움이 많다. 필자는 작품전시, 소장, 교육 기능을 갖춘 미술관과 학생들의 예술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수업 제공의 책임을 맡은 학교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8일 교육부는 ‘학교예술교육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 지원체계를 마련하고자 ‘학교예술교육진흥법’ 제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중 필자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학교예술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학교, 교육지원청, 예술교육 유관기관을 하나로 묶는 지역연계 학교예술교육협력체제 구축 및 운영이다.

풍부한 예술적 자원을 가진 지역미술관들이 학교예술교육과정에 협력적 동반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역네트워크 구축사업에 미술관을 포함시키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현대미술감상과 이해는 쉽지 않다. 예술가는 자신의 고유한 생각이나 감정, 작품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 기법, 재료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관에서 원작을 직접보고 전문적인 감상교육을 받는 훈련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해 등록되었고, 교육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미술관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지자체 대표공립미술관인데도 등록이 안 된 부끄러운 사례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 자료에 의하면 등록 국·공·사립·대학미술관은 총 229개관이다. 각 미술관에 학교미술교육담당교육사를 배치하는 정책도 뒷받침 돼야 한다. 현재 미술관 교육사들은 학교교육과정연계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아, 성인, 어르신 대상의 사회문화예술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총괄적인 기획 및 관리하고 있다.

미술관에 학교예술교육전담교육사를 배치하는 정책은 미술 분야 청년일자리 문제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교부(2018년 1차 기준) 현황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사는 총 14,820명으로, 이중 미술 분야는 4.708명(미술 2114, 사진 368, 공예 860. 디자인 844 만화 522)이다. 교육사 자격증 소지자는 차고 넘치는데도 이들이 취업을 원하는 국,공,사립대학미술관은 229개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예산부족으로 새로운 인력을 거의 뽑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미술계 현실을 직시하고 미술관을 학교미술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현장밀착형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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