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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반문연대는 섣부르다
근래에 ‘반문(反문재인) 연대’라는 언급이 야당 측 인사들에게서 자주 나오고 있다.

반문연대의 공허함은 삼국지연의에서 ‘반(反)동탁’ 하나의 기치로 모인 18로 제후 군이 얼마나 지리멸렬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동탁을 몰아낸다는 나름 유의미한 구호하에 모였지만 초기에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자 원술은 자신의 동료인 손견의 군량미를 빼돌렸고, 맹주 격인 원소는 나중에 동맹군이었던 한복의 근거지를 빼앗았으며 조조는 남들이 말려도 듣지 않고 독자적인 추격전을 펼치다 죽을 고비를 넘긴다.

반문연대라는 용어는 야권에 있어 독버섯같은 단어다. 하루속히 폐기해야 한다. 지금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반문연대가 동상이몽의 반동탁 연대보다 나을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반문연대는 유권자 관점에서 선거에서 작은 득을 보기 위한 이합집산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렵다.

지금 야권은 현 여권에 대한 투쟁력을 의심받는 것이 아니라 수권세력으로서의 통치능력에 대한 의심을 받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부적절성을 비판하면서 들고 나온 것이 자유한국당의 출산주도성장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어떤 실정을 하더라도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바른미래당도 다르지 않다. 4차산업 혁명을 몇 번 외쳤을 뿐 대안적인 성장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747 공약’을 내세워 7% 성장을 약속하니, 정동영 후보는 6%, 문국현 후보는 8%를 공약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선도자가 아니라 팔로워가 되는 순간 당선에 필요한 동력까지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결국, 정동영,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헌납하고 만다. 그때 이미 선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야권을 보면 고작 정부와 탄력근로제를 3개월 할지, 6개월 할지, 1년 할지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 이미 색다른 통치 프레임을 제시하고 이슈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보수는 세 가지 영역에서 진보진영보다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 세 가지 영역은 경제, 안보, 교육이었다. 산업화의 향수에 젖은 국민에게 수출과 겸비된 낙수 경제론은 충분한 매력이 있었고, 상대의 대북관을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안보에서는 보수적 관점의 상대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 배제하기 어려운 경쟁교육을 무조건 반대하는 급진적인 전교조의 주장은 보수에 안정적인 표를 가져다주었다.

튼튼한 다리가 세 개 있는 의자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보수를 받들던 이 세 개의 다리가 부실해지거나 사라진 사이, 진보진영은 환경ㆍ노동ㆍ인권이라는 그들만의 세 개의 다리를 구축했다.

이제는 탄핵과 보수몰락의 책임공방, 홍준표 전 대표의 언행의 품격, 전원책 변호사의 ‘딜레탕트(애호가)’적 무모함을 지적하는 과거지향적인 논쟁도 더 지속할 시간이 없다. 과거 영국과 미국의 뉴라이트 세력이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통치의 철학들을 재정립했던 것처럼 우리도 보수의 3대 철학을 다시 만들기 위한 운동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면 보수재건은 요원하다.

대처의 노동개혁이나 공기업 민영화, 레이건의 감세, 트럼프의 보호주의 등이 유권자에게 최소한의 소구력이 있었던 것은 그 시점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통념에 반하는 새로운 개념들을 흥미롭게 설파했기 때문이다.

서로 담론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을 거치면 아이디어 간 상호작용으로 다시 한 번 보수가 30년은 활용할 수 있는 3개의 굳건한 지지대가 형성될 것이다.

필자는 설익은 실력대로 본인만의 3대 철학을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짧게 표현하면 경제에서는 작은 정부론을, 안보에서는 전통적 상호주의를, 교육에서는 공정함을 담보한 경쟁위주의 교육을 지향한다.

서른넷의 필자가 정립한 섣부른 철학과 경쟁하고 보완해줄 다른 야권 인사들의 담론들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유승민ㆍ손학규ㆍ홍준표ㆍ안철수ㆍ황교안ㆍ김무성이 가진 3대 철학은 무엇인지 이제는 내놓기 시작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야권이 헤매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너무 하지 않았고, 그래서 국민은 이미 국민 마음속에서 보수를 수권세력에서 지워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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