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
감정시기 시차, 시세 밑돌아
현재가 지지 믿은 아직 강해
응찰자수 줄며 ‘과열’ 사라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 19일 서울동부법원 경매4계. 감정가 4억3300만원인 성동구 응봉동 대림2차 전용면적 59.9㎡가 처음 매물로 나왔다. 13명의 응찰자가 몰렸고, 6억613만원에 입찰한 송모 씨가 새 주인이 됐다. 6억원에 응찰한 2위와 불과 613만원 차이였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40%나 됐다.
2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107.6%로 전달(103.9%) 보다 더 높아졌다. 이런 추세가 이어져 107% 이상 낙찰가율이 월말까지 유지된다면 월간 기준 역대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낙찰가율 고공행진의 이유는 서울 아파트에 대한 강한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낙찰가율이 높은 건 감정가 보다 시세보다 싸거나, 매매시장에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한 응찰자들이 높은 입찰가를 써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감정가 4억1400만원인 성동구 응봉동 금호현대 59.9㎡는 6억1399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로는 무려 148%다. 감정이 이뤄진 시기가 2017년이어서 감정가가 현 시세보다 많이 낮았다. 응봉동 금호현대 59.9㎡는 감정시기 이후 급등해 올 9월 6억39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현재 인근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은 모두 6억6000만원 이상이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상위권 사례를 보면 대부분 감정이 2017년이나 2018년 초에 이뤄져 감정가가 최근 시세에 비해 낮게 나온 것들”이라며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 받아도 매매시장보다 싸게 살 수 있으니 적극 응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면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더라도 적극적으로 매입하기는 부담일 수 있다. 매입 결정의 바탕에는 시세에 대한 믿음이 깔렸다고 봐야한다. 최근서울 아파트 값 하락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거래규모가 극히 적고, 낙폭도 미미하다. 매물도 여전히 실종상태다.
다만 경매시장도 분위기는 가라앉는 모습이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5.9명으로 전달(7.5명)에 비해 2명 가까이 줄었다. 매매시장 침체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매매시장 침체가 계속되면 지금의 고가 낙찰 사례는 사라질 것”이라며 “매매시장이 침체되면 경매시장에 매물이 늘고, 낙찰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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