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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현대미술 거장’ 니키 노주미, “작가라면 정치사회적 목소리 내야”
니키 노주미, Untitled III-From the Environmental Series,2018,178X127cm.[사진제공=바라캇 컨템포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 ‘플리즈 싯 다운’전 개최
권력과 폭력성 주제로 정치색 짙은 작품 선보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잘 하는 말이 있죠. ‘지구 온난화는 허구다’, ‘환경 위기는 없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데도 말이죠” (니키 노주미)

이란 혁명당시 미국으로 망명해 권력과 폭력성의 관계를 주제로 작업한 이란현대미술의 거장 니키 노주미(76)는 캔버스 가득 식물을 그렸다. 황량한 들판에 외로이 서있는 식물은 가뭄으로, 극악한 날씨로 붉게 타들어간다. 최근 시작한 ‘환경 시리즈’다. 쉽게 말해 트럼프 때문에 탄생한 그림들이다.

지난 여름 청와대 옆 문을 연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이란계 미국 작가 니키 노주미의 첫 한국전 ‘플리즈 싯 다운(Please sit down)’을 개최한다. 

니키 노주미, 플리즈 싯 다운, Please sit down, 2018, 221X173cm [사진제공=바라캇컨템포러리]

니키 노주미는 지난 80년간 이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아티스트 5인에 꼽힌다. 그의 작품엔 의자, 양, 가면을 쓴 정장입은 남자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과거 이란 공안에게 당했던 취조에서 기인한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공안은 그런 나를 곱게 보지 않았다. 권력에 대항해 학생운동을 했던 과거와 반전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작가는 석달동안 테헤란의 안가에 날마다 끌려가 아무것도 없이 의자만 2개 놓인 방에서 앉아만 있었다. 다른 행동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심문에서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 읽었던 책, 다녔던 곳 등을 수없이 읊어야 했다. “의자가 제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건 이때의 기억 때문이다. 앉으라는 말은 친절하면서도 폭력적인 억압을 상징한다” 

그의 그림은 크게 위와 아래로 이등분 된다. 윗 부분이 우리가 보는 현상이라면 아랫부분은 그림자처럼도 읽힌다. 작가는 “현상과 이면을 놓고보면 사실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권력관계의 속성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란계 미국작가 니키 노주미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작가는 이란과 미국을 넘나들며 경계인으로 살아왔다. 또한 왕정과 신정 등 굴곡 많았던 이란 현대정치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사회 정치성이 강한 의제를 꾸준히 다뤄온 이유기도 하다. 다만 그 방식은 지극히 추상적으로, 특정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는다. “내 삶이 그래서인지, 정치사회적 이슈를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한 많은 작가들이 나처럼 사회의식이 강하면 좋겠다.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이슈는 여전히 많다”

니키 노주미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대영박물관, 시카고 드폴 미술관, 쿠바 국립미술관등에 소장돼 있으며, 최근 유럽에서 첫 개인전 이후 그의 생애 전반이 집중적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

한편,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바라캇 서울의 현대미술을 담당하는 분관이다. 바라캇은 국제적 고대예술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전통의 갤러리로 런던, 로스앤젤레스,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위치해 있다. 이화선 바라캇 서울 이사는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미술계에서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중동현대미술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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