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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국회도 금융 ‘홀대’…민생까지 외면하나
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19일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초강경 대응이다. 민주당은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결국 국회가 멈췄다.

‘시급’ 하다던 경제관련법 논의도 중단됐다. 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단위까지 국회 일정 보류에 나서면서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됐다. 금융관련법을 처리해야 하는 정무위원회 역시 20일 예정된 전체회의, 22일 법안소위 개최가 불투명하다.

국회 정무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국회가 보이콧 상황이라 법안 소위가 열릴지 모르겠다. 안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바뀔 때마다 서로에게 ‘민생’을 외면한다며 비난하던 이들인데, 정말 세월이 가도 한결 같이 여전하다. ‘당익‘과 ’당선‘을 위해서는 뭐든 할 태세다.

금융당국은 애가 탄다. 당장 연말 일몰이 다가와 처리가 급하거나 개정이 요구되는 법안, 연내 추진을 목표로 한 법안들이 쌓여있다. 오랜기간 제쳐두고 미뤄뒀던 법안들은이제 ‘쉰내’가 나서 다시 손을 봐야할 정도다.

하긴 멈추기 전에도 거북이 걸음이었다. 당초 금융당국이 국회에 처리를 부탁한 안건들은 11개다. 그런데 물리적인 시간이 어렵다며 정무위에 반영된 안건들은 5개 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 소비자 보호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핵심 금융 법안 4~5개가 꼭 통과되길 바란다”면서 국회에 간곡히 협조를 부탁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 금융소비자보호법, P2P(Peer To Peer) 대출관련 온라인대출중개업법 제정안 등이다.

특히 금소법은 2012년 이후 7년 동안이나 논의를 끌어온 법안이다. 그동안 14개 제정안이 발의돼 9개가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5개가 계류중이다. 의원안 4건(박선숙, 박용진, 이종걸, 최운열 의원 대표발의안)과 정부안 1건이다. 정부안은 지난해 발의된 이후 제대로 논의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쟁점이었던 금융감독체계개편 문제는 추후 논의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손해배상책임 강화, 과징금 제도 도입을 선결하자는 정부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상황에서 원내대표간 중점법안으로까지 선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만 되면 통과도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국회 올스톱에 발목을 잡혔다.

피해가 커지고 있는 P2P 대출을 규제할 온라인대출중개업법 등의 통과도 시급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P2P 대출관련 실태조사를 통해 178개 업체를 점검했다. 조사 결과 피해액은 1000억원이 넘고 피해자 규모는 수 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금감원은 20개 회사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에 수사정보를 제공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규제권한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연내 법제화를 업무과제로 선정하고 중점추진하는 사항이지만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 9월 규제혁신 5개법에서 빠진 금융혁신지원특별법도 국회 통과만 바라보고 있다. 은행의 부당한 대출금리 부과를 막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 연내 최고금리 일몰을 앞둔 대부업법 등도 개정이 필요한 법안이다. 시간은 한 달 여 밖에 남지 않았다.

민생보다 권력다툼이 중요하니, 큰 사고가 나기 전에는 금융관련 법안 ‘따위’가 권력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지 모르겠다. 쌓아두면 되고 ‘당장 급하지 않다’며 넘기면 그뿐일 테니. 정무위에 쌓인 법안만 현재까지 300건이 넘는다.

국회의원 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한다. 권한은 큰데, 책임은 없어서다. 4년에 한번 선거가 중요한데, 정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한다. 당 또는 공천권자에 충성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들을 ‘당’을 보고 표를 던진다. 객관식이어서 선택의 여지는 좁다. 민생은 결국 정권 탓이 된다. 금융은 눈에도 띄지 않는다. 올해도 민생은, 금융은 또 이렇게 홀대받는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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