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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퇴사 후 1000명 고민 들어준 청년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의 입사경쟁률은 높지만, 힘겹게 입사한 후 1년만에 사직서를 던지는 청년도 많다.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에 달했다.

이제 ‘평생직장’은 없으며 퇴사 이유는 제 각각이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기 위해 퇴사한 경우도 있다. 2014년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한 최승은(31) 씨는 2년 후인 2016년 사직서를 던졌다. 그후 2년간 최 씨는 자존감 강의를 열며 약 1000명의 고민을 들어줬다. 이 청년의 퇴사 이유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 씨는 “대기업에 입사한 후 사내 행사 등에 참여하며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했지만, 2%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2%의 아쉬움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답을 알게 되자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최승은(31) 씨

그가 찾아낸 답은 공연이었다. 대학 재학 때부터 밴드, 작곡 등 음악 관련 활동을 해온 그는 입사 후에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쓰거나 노래로 만드는 활동을 해왔다.

최 씨는 “자신만의 얘기를 노래로 표현하는 게 듣는 사람에게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면서 “누군가에게 자극을 줘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며 퇴사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퇴사 후엔 ‘베개씨’라는 활동명으로 본격적인 공연 기획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사연을 가사로 쓰고 노래로 만들어 공연을 하고 수익금은 기부했다. 싱글 앨범도 발매하고, 청춘페스티벌 연사에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도 병행했다.

최승은 씨가 진행하는 공연 모습

그는 특히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자존감 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삶과 고민을 말하고, 다른 이들은 그 고민을 듣고 본인의 삶을 얘기하거나 되돌아보는 방식이다. 최 씨는 “나 자신도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경험이 있다”면서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고민을 얘기하고 함께 나누는 행위 자체가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최 씨의 자존감 강연에 참여한 인원은 1000명이 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베개씨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평소 그에게 ‘퇴사하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마다 그는 회사를 나온 후 현실이 만만찮다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얘기한다. 퇴사 후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그는 “장소 대관료, 섭외비 등 한 회 공연에 100만원 정도가 드는데, 월급이 없으니 점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남의 행사를 진행하느라 정작 내 공연은 제대로 기획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자신만의 공연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1인 기획자의 삶을 선택한 그에겐 금전적인 것보다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게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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