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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리수, 中 자오이치엔개인전] 자본만능주의 비판 ‘바링허우’ 작가…‘아트상품 디렉터’ 상업적 행보는 반전
자오이치엔, 무제, oil on canvas, 60×50cm, 2017. [제공=갤러리수]
중국 ‘바링허우’(八零後ㆍ1980년대 출생)세대 작가 자오이치엔(趙一淺ㆍ36)은 작품판매 이외 아트상품 디렉터와 제작자로 연간 약 8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회화의 본질 추구’를 내세우는 전업 작가의 행보로 보기엔 이중적으로도 보인다. 상업적인것 아니냐는 질문에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는 똑 부러지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팔판동 갤러리수는 중국 바링허우 대표작가 자오이치엔의 개인전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을 개최한다. 작가의 첫 한국전이자 동시대 중국작가들의 태도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김수현 갤러리수 대표는 “중국 작가들 행보가 ‘아방가르드 차이나’ 혹은 미술관-비엔날레 작가로 나뉘는데, 자오이치엔은 자신만의 또 다른 노선을 개척한 작가”라고 밝혔다.

자오이치엔은 중국 왕홍(인플루언서)들 사이 유명세가 상당하다. 럭셔리 브랜드 론칭행사나 파티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며, 본인의 아트상품 브랜드인 ‘후시(Huxi)’로 베이징 고궁박물관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그렇다고 본업인 작업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지난 2015년 베이징 진르미술관 개인전 이후 3년만에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였다.

작가는 급격하게 발달한 자본주의와 기술만능 사회에 대한 고민을 고전회화와 접목시켜 종교로 등극한 자본만능주의를 비판한다. 얀베거르트의 ‘성모의 대관식’을 차용해 성모의 광배 대신 스마일리 페이스를 그려넣거나, 구찌의 페이즐리 패턴 파자마를 입은 남자 발등엔 예수의 성흔과 같은 상처가 있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남자가 앉은 의자 옆에도 스마일리가 자리잡았다. “스마일리는 모든 것이 ‘좋아요’와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업주의시대를 상징한다. 현대인들의 종교나 신은 과거의 의미를 많이 잃어버렸다. 스마트폰과 자본이 종교를 대신한다”

현시대에 대한 회의는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인본주의를 외치는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 빠진 이유기도 하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기술적인것은 진보했지만 낯설고 공허한 감정이 많다. 결국 해답은 근본적인 회화의 본질로 돌아가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에 대한 애착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구찌의 알렉산드로 미켈러 디렉터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단순히 고전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본주의로 돌아가자는 신념을 담아 디자인을 한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작가는 3D안경(애너글리프)을 쓴 인물도 자주 등장시킨다. 모두 같은 안경을 쓰고 한 곳을 바라보는 군중의 모습이다. 고전회화와 종교적 상징을 차용한 작품들이 ‘본질을 잃어버림’을 나타낸다면 애너글리프를 쓴 사람들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스마트폰 때문에 점점 사고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획일화된 집단만이 존재할 뿐 독자적 사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오이치엔은 중국 중앙미술원 판화과를 졸업했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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