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가 이수역 사건을 빗대 ‘페미니스트’란 곡을 지난 16일 공개하자, 또 다른 래퍼 제리케이와 슬릭이 산이의 가사를 비판한 곡을 냈다. 이에 산이가 다시 ‘6.9㎝’란 곡으로 응수하면서 디스전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앞서 산이는 페미니스트란 곡에서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등의 가사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제리케이는 ‘노 유 아 낫(NO YOU ARE NOT)’이란 곡을 지난 17일 공개했다. 그는 이 곡에서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며, “36.7% 임금격차 토막 내, 그럼 님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 돈 반반 내”라고 산이 곡의 가사를 꼬집었다. 또 산이가 미국 시민권자로 군 면제자인 점을 겨냥해 “면제자의 군부심”이라고 했다.
이어 같은 소속사 래퍼 슬릭도 18일 ‘이퀄리스트(EQUALIST)’란 곡을 통해 산이를 재차 비판했다. 슬릭은 “참 뻔뻔해 저게 딱 한남 특유의 근자감”이라며 “한 오백만년 전에 하던 소릴 하네”라고 산이의 랩 가사를 꼬집었다.
그러자 산이는 다시 ‘6.9㎝’란 곡을 내고 이들을 비판했다. 6.9cm는 일부 남성혐오 사이트에서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사진=산이 페이스북] |
그는 가사에서 제리케이를 직접 언급하며 “속마음은 여자 존중치 않는 파렴치”, “기회주의자”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자신의 곡이 “화자로 등장한 남자의 겉과 속 다른, 위선과 모순 또 지금껏 억눌린 여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말로 음악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견해를 밝히는 힙합계 문화 중 하나다. 힙합계에서 이같은 디스전이 자연스러운 문화인 만큼 산이 역시 사회적 논쟁에 견해를 밝히는 취지에서 젠더 갈등을 꼬집은 곡을 공개하고 디스 곡까지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이가 곡을 공개하며 밝힌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한다”는 취지와 달리 해당 곡을 둘러싼 남녀 네티즌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진 모양새다. 일각에선 화제성을 겨냥해 젠더 논란에 편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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