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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적색경보’ 國 파푸아뉴기니…어떤 나라길래?

- 외교부 올해 8월 ‘철수권고’ 내린 ‘위험국’
- ’살인해도 현장검거만 안되면 괜찮아’ 인식
- 2013년까지도 ‘주술법’ 존재… APEC 개최국 선정 어떻게 미지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특협력체(에이펙·APEC) 정상회의 참석을 하기 위해 파푸아뉴기니에 16일 오후 도착했다. 그러나 이번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하는 청와대 취재진 일정은 통상과는 매우 달랐다.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취재진들은 대부분 민항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극소수의 취재진들만 문 대통령의 파푸아뉴기니 일정에 함께 했다.

청와대는 “현지 사정이 좋지 않다. 양해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밝힌 ‘현지 사정’은 실제로도 매우 나쁜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도대체 파푸아뉴기니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됐고, 이를 과연 무사히 치러낼 수 있을까 의심이 가는 대목도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외교부, 올해 8월 ‘철수권고’= 외교부는 올해 8월 하반기 여행경보 지역을 재조정 하면서 파푸아뉴기니 일부 지역에 대해 ‘황색경보(여행자제)’에서 ‘적색경보(철수권고)’로 경보 등급을 상향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파푸아뉴기니 중심 지역인 서던 하이랜드(Southern Highlands)주와 헬레(Hela)주다.

이곳이 철수권고 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올해 6월 서던 하이랜드(Southern Highlands)주에서 폭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헬레(Hela)주는 부족 간 전쟁, PNG·LNG 회사 관련 수익분쟁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폭동 발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더 끔찍한 것은 파푸아뉴기니 인구 800만명 가운데 주민등록을 한 사람 수가 20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인구 비율로치면 전체의 3%도 안되는 사람만이 국가가 관리하는 사람들이란 얘기다.

이는 곧 사람을 죽이더라도 국가가 범죄인을 잡아들이기 어려운 원인으로 작용한다. 외교부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애초에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가 범죄를 저지른 후 현장 검거만 피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고를 파푸아뉴기니인들은 가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국가개황
=파푸아뉴기니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호주의 북북동 지역에 있는 기니섬의 동쪽을 지역기반으로 한다. 파푸아뉴기니는 4개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북쪽을 감싸고 있는 모마세 지역과 중부의 산악(하이랜드) 지대, 수도를 비롯한 남쪽지역에 6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다. 국토 면적은 46만 2840㎢로 한반도의 2배에 이른다.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은 여전히 대부분 부족 생활을 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에는 모두 1000개의 부족이 800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언어와 부족의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나쁘게 보면 여전히 ‘전근대국가’ 또는 ‘국민국가’에 이르지 못한 나라라고 평가될 수 있다. 국민국가는 통상 국민 모두가 ‘나는 A국가의 국민’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은 자신을 ’파푸아뉴기니 사람‘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독특한 것은 파푸아뉴기니의 국기다. 국기에는 노란색으로 그려진 새가 있는데 이는 극락조를 의미한다. 국기의 바탕색이 되는 빨강과 검정은 파푸아뉴기니의 전통색을 의미한다. 파푸아뉴기니의 국가 상징은 전통창과 악기 위에 앉아 있는 형태로, 창은 국가 수호를, 쿤두 드럼은 다양한 부족과 전통을 상징한다.

기후는 고온 다습한 열대성 기후로 지역에 따라 강우량의 차이가 심하다. 전국 평균 강우량은 1000㎜~2000㎜이고 기온은 21℃~35℃이다. 수도 지역은 사바나 기후가 나타나 연간 강우량이 1000㎜이며 기온은 21℃~31℃이다. 파푸아뉴기니는 1975년 9월 16일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독립하였다. 국가 형태는 입헌군주국이고 정부 형태는 의원내각제이다.

▶고대에서 현대로… 급격한 변화 겪는 파푸아뉴기니= 파푸아뉴기니에는 선사시대(pre-history)와 현대사(modern history)만이 존재한다. 기원후 16세기초 유럽인들이 이 곳을 발견하기 직전까지 파푸아뉴기니에는 이렇다할 왕조나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왕조나 국가를 기반으로 한 기록물이나 역사도 남아 있지 않다.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구전을 통해 부족별로 공유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인구 800만명 가운데 대다수(80%이상)는 여전히 섬이나 깊은 산속에 거주한다. 수렵과 채집이 기반이고 이 때문에 파푸아뉴기니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죽을 때까지 한번도 화폐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 경우도 많은 상태다. 여전히 사람들은 물물교환을 선호하고, 임금을 받는 국민 수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대에서 현대로의 급격한 역사 이동은 기독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삶 가운데 주술과 마술, 저주 등 전근대적인 부분들이 특히 많은 현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최근에도 여전히 파푸아뉴기니 신문에는 자신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이유로 상대를 살해했다는 기사들이 적지 않게 보도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주술법(sorcery act)’이 파푸아뉴기니에 존재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 법은 주술을 통해 누군가에게 저주를 거는 것이 죄가 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상대를 폭행하거나 살해한 다음 ‘나에게 주술을 걸었다’고 주장할 경우 감형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 법은 논란 속에 지난 2013년 폐지됐지만 여전히 다수의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은 주술이 죄가 된다고 믿고 있다.

‘주술 범죄’는 곧잘 여성 인권문제와도 연결된다. 파푸아뉴기니인들은 ‘악령(상구마·sanguma)’이 여자의 몸에 들어간다고 믿는데 악령이 여자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 여자는 ‘마녀’가 되고, 마녀로 판명될 경우 타이어나 철판위에 올려서 태우는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최근에도 철판 위에서 불타던 여성들이 호주 인권단체에 의해 구출되거나 타이어 위에서 불태워지고 있는 여성이 발견돼 응급실로 호송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귀엽지만 알고보면 무서운 ‘둑둑(duk-duk)’ 아시나요?= 파푸아뉴기니를 대표 상징하는 조각상 목각 인형은 ‘둑둑(duk-duk)’이다.원뿔 모양의 긴 의상에다 수풀로된 몸체 그리고 다리만을 내놓은 둑둑은 귀여운 두개의 동그란 눈과 초승달 입모양을 갖추고 있다. 이 조각상은 파푸아뉴기니 공항이나 기념품 샵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연원을 알고 보면 ‘무서운 동네 깡패’ 쯤 된다.

둑둑은 일단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할 경우 해당자가 누군지가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행사에 이같은 복장을 하고 나오는데, 혹시 실수로라도 둑둑의 신체와 접촉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도끼로 난자 당하게 된다. 여성이 둑둑과 마주치게 되면 숲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때문에 둑둑이 동네에 나타나면 여성들은 집밖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둑둑에게 부여된 권한은 막강하다. 둑둑은 누구든지 살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가옥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둑둑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막을자 없는 막강 권한이 둑둑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둑둑이 왜 필요했느냐에 대해 인류학적으로는 ‘부족 내 갈등과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을에 갈등이 생겼을 경우 갈등 당사자들을 응징하고 처벌하는 역할을 둑둑이 맡게 하므로써 마을 문제를 해결해왔다는 설명이다. 물론 현재엔 관광상품으로 개발돼 있다. 유튜브에 검색어로 ‘duk-duk’을 검색하면 춤을 추는 파푸아뉴기니 형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남이가’의 파푸아 버전 ‘완톡’= 파푸아뉴기니는 최악의 부패국가로 인식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6년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28점을 받았다. 국가 순위로 따지면 176개국 가운데 136위다. ‘최악의 부패국가’라는 오명의 이유다. 그러나 여기엔 일정부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바로 ‘완톡(wantok)’ 문화다.

우리말로 쉽게 번역하면 ‘우리가 남이가’ 정도로 이해될 수 있는데, 완톡은 ‘하나의언어(one-talk)’를 사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완톡은 친한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는 누군가가 위험이나 곤경에 빠졌을 때 도와 줘야만 하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이를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묵시적 약속을 가리킨다. 만약 완톡 요청을 외면할 경우 심한 경우 부족에서 배제되거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이는 부족 단위에서의 자가적 치안이나 복지 서비스로 볼 수도 있으나 지역주의와 연고주의로 이어져 부패의 원인으로 현재는 지목받고 있다.

완톡 문화는 정치와 선거에서 자신과 가까운 혈족과 친족을 우선 등용하는 족벌주의와 연고주의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곧 출신 지역이 다른 그룹 끼리는 협력이 어려워지게 하고, 자신의 공동체 내 유대만 강조하게 된다. 이는 곳 정책협조와 조정의 미흡, 부서간 갈등, 시스템의 파편화로 이어진다.

부정과 부패로 부를 쌓은 정치인들은 대부분 인접국인 호주 등에 별장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돈을 써버리는데, 이는 주변에 부유하다는 소문이 날 경우 ‘완톡 요청’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다. 파푸아뉴기니 건국의 아버지 마이클 소마레 초대 총리 역시 2007년 호주 케언스에 35만호주달러에 이르는 고급주택을 소유했던 사실이 밝혀져 비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APEC 무사히 잘 치러질까?= 파푸아뉴기니의 상황이 이렇자 APEC 회의가 무사히 잘 치러질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9일까지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담 기간 동안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이 참석한다. 저스틴 트카첸코 APEC 장관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이런 지도자들을 파푸아뉴기니로 오게 한 전례가 없었다”며 “세계가 우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동안엔 모두 1만5000명이 포트모르즈비를 찾는다. 문제는 숙소였다. 안전한 숙소를 마련키 위해 APEC 조직위원회는 호주의 한 선박회사에서 크루즈선 3대를 임대해 ‘수상 호텔’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라스콜스’로 알려진 지역 갱단도 골칫거리였다. 포트모르즈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차량 납치와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펜스 부통령은 파푸아뉴기니가 아닌 호주 북부의 케언스에서 머물며 행사장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파푸아뉴기니가 어떻게 APEC 개최국으로 선정됐는지, 그 경위가 분명치 않다는 것은 더욱 큰 의문으로 꼽힌다. 2012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태평양제도포럼(PIF)에 참석했을 때 APEC의 파푸아뉴기니 개최 방안이 처음으로 제시됐다는 설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지만 확정적이진 않다. 파푸아뉴기니의 APEC 개최는 2013년 공식 발표됐다.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건설 프로젝트가 착공하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 그러나 개최가 확정된 후 파푸아뉴기니 경제는 급속도로 내리막을 걸었다. LNG 시설 가동 이듬해부터 유가가 절반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연 10%대에 이르던 파푸아뉴기니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대로 급락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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