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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광주형 일자리, 본질이 훼손되면 시행할 의미없다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점점 비관적인 분위기로 흘러간다. 광주시와 한국노총이 내놓은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 내용에 현대차가 난색을 표명해 타결에 실패함으로써 이 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위해 국회가 요구한 마지노선인 15일을 넘겼다.

물론 국회가 정한 일정은 협상 타결을 압박하기 위한 의미가 크다. 변경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광주시와 한국노총이 입을 맞춘 조건은 광주형 일자리의 근본 취지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당초 광주형 일자리 원안은 주 44시간 근무할 경우 근로자 초봉을 연 3500만원 수준으로 한다는 것이었지만 이게 주 40시간 근무와 4시간 특근비 지급으로 바뀌었다. 근무시간의 10%를 통상임금의 150%로 지급해야 하니 실제 연봉은 40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게다가 ‘기업 경영에 노동조합 참여를 보장한다는 노사 책임경영’ 조항이 포함됐다. 이른바 노동자 이사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임금인상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되 5년간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내용은 아예 없애버렸다.

여기에다 ‘임금교섭과 납품단가를 연동하고, 적정 단가를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협력업체 납품 단가 인상으로 비용부담이 커지면 자신들의 임금은 동결하겠다는 취지일리 만무하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 복지 등을 지원해 차액을 보전해줌으로써 일자리를 늘리자는게 당초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의 본질이다.

하지만 지금 제시된 조건이라면 광주 완성차 공장은 노사상생형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모델이 아니라 완성차 업계 최초의 노동자 경영참여 사례만 될 뿐이다. 취지와 본질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이젠 그런 걸 왜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로서도 입장이 난망하게 됐다. 수익성은 떨어지고 경영 불안요인은 한층 커질 게 분명한 공장을 굳이 현대차 노조의 반발까지 무릅쓰면서 지어봐야 분란거리만 늘릴 뿐이다. 안그래도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14일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고용·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겠다”고 총파업을 선언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 여당의 태도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도 오는 18일까지 현대차와 실무 협의를 진행하면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 자칫 현대차의 결단만 압박하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본질이 훼손된 일은 시행할 이유가 없다.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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