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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北 비핵화·제재완화 요구 사이…韓 고단한 ‘중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문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사진=연합뉴스]

- 완전한 비핵화 요구하는 美 · 제재완화 요구하는 北
- 文 대통령 ‘지칠줄 모르는 노력’ 불구… 국제사회 높은 벽 ‘실감’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칠줄 모르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간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술무기 현지 지도에 나섰고, 미국 의회와 조야에선 삭간몰 기지 논란을 계기로 북한을 ‘거대 사기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나선 해외 순방도 수차례지만 여전히 국제 사회에선 북한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시각으로 16일 오전 ‘에이펙(APEC) 정상회의’를 위해 파푸아뉴기니로 떠났다. 문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에 3박4일 머문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이 가장 힘주어 강조한 부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착에 필요한 각국 정상들의 지지 호소였다. 그러나 결국 아세안 의장성명엔 결국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담겼다.

FFVD는 북한의 요구인 ‘제재완화’와 ‘비핵화’가 순차적·교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반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이뤄진 다음에야 제재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세안 국가들의 모임에서도 재확인 된 것이다. 물론 이번 아세안 순방이 유럽 순방 때보다는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다는 점도 부인키는 어렵다.

지난 10월 유럽 순방 당시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는 북한핵 프로그램은 ‘CVID(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로 해소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아셈 회의 의장 성명에도 결국 ‘CVID’ 단어가 담겼다. 한국과 EU 공동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원인은 ‘CVID’ 표현에 한국 정부가 온전히 동의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10월 유럽 순방 때엔 ‘CVID’가, 11월 아세안 순방 때엔 ‘FFVD’ 단어가 문 대통령 ‘중매 노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 아세안 의장성명에 ‘FFVD’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다음날인 16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9절 열병식에서 전략무기 자산을 공개치 않으면서 긴장완화에 힘썼던 북한임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무기 시험 지도 사실을 공개한 것은 현재 진행되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ICBM 등 전략 무기를 과시하지 않은 것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란 분석도 있다.

미국측의 대북 압박 수위도 높아지는 추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5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개발 장소를 확인하고 관련 장소를 사찰할 수 있는 계획, 또 핵무기 폐기 계획이 나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이 강조한 ‘핵무기 개발 장소’, ‘사찰계획’, ‘폐기계획’ 등은 북한이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으로 김 위원장은 ‘지점을 밝히면 폭격 타깃이 된다’며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다. 시설을 신고하되 북한과 미국 사이의 ‘신뢰’가 쌓인 다음에야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북한측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의 고민도 이 지점에 쏠려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아세안 순방 출발 당일인 지난 13일 새벽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서 ‘거대한 기만(great deception)’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삭간몰 미사일 기지’ 논란은 과거사진 이용 등 여러 논란과는 별개로 미국 조야와 의회, 언론 등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절감했을 사안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즉각적으로 ‘가짜뉴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 지식사회 내 ‘반(反)트럼프 정서’도무시키 어려운 현실임이 입증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과감한 변화’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관계 개선과는 별개로 북한이 느끼는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중국측이 제공하면 북한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지 않겠냐는 뜻에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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