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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앱 네이티브·프로 불편러…대한민국 90년대생 그들
“90년대생들의 의식은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충족을 위해 힘쓰는 ‘유희 정신’에 기울어져 있다. 이념적 세계보다 연극적 세계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들도 앞선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전 세대들과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세계를 다르게 만든다.” (‘90년생이 온다’에서)
386세대의 자녀들, 90년대생 분석보고서
유아기때부터 인터넷·앱 사용 자유자재
모바일라이프 선도…빠른 정보소비 특징
줄임말에 익숙·‘나’중심 사유·유희 추구…
‘호갱’ 거부, 갑질·불공정 감시에도 적극적
직장 세대갈등 유발…해법은 ‘즐거운 직장’

70년대생을 X세대, 80년대생을 밀레니얼세대로 부르는데 비해, 우리 사회에서 90년대생을 통칭해 부르는 딱 떨어지는 표현은 없다. 영국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젊은 층을 일러 Z세대로 부르지만, 사회적 상황과 분위기를 따져보면 들어맞지 않는다. 90년대생은 386세대의 자녀들로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났으며 유아기때부터 인터넷에 노출된 태생적 네티즌이다.

‘90년대생이 온다’(웨일북)은 대기업 브랜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임홍택씨가 ‘앱 네이티브 세대’, 90년대생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왜 90년대생인가? 이들은 지금 격변의 모바일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고 있다.
지은이는 우선 90년대생의 특징으로 ‘간단함’을 꼽는다. 이들은 길고 복잡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악으로 여길 정도다. 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게 줄임말이다. 이들의 줄임말은 온라인게임의 언어를 현실로 가져오는 데서 시작돼 모든 영역으로 확산, 우리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사실상 모든 걸 줄여 말한다. 가령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를 줄인 ‘케바케’,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등 특정 단어나 문장을 줄이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 리얼 반박불가)’식으로 초성만으로 카톡대화를 하는 극단적인 축약이 이뤄지면서 다른 세대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 됐다.

지은이는 90년대생들을 ‘앱 네이티브 세대’라고 부른다.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이 주는 풍요를 누리고 이후 24시간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는 이들은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필요할 때 바로 찾는 비선형적 사고방식이 익숙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긴 글은 치명적이다. 90년대생들의 빠른 정보 소비는 소위 ‘클리핑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사회는 이제 웹 네이티브에서 이런 앱 네이티브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중이다.

지은이는 90년대생의 또 다른 특징으로 ‘재미’를 든다. 80년대생 이전의 세대들이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들은 ‘삶의유희’에 방점을 둔다. 질서를 요구하거나 진지한 건 질색. 현재 이들이 주도하는 ‘병맛 문화’가 한 예다. 유튜브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펼치는 ‘와썹맨’의 박준형은 B급 감성으로 돌연 인기를 끌고 있다. 매회 130만회를 자랑하는 이 채널의 특징은 90년대생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자막에 쓴다는 점이다. 가령 ‘TMI(투 머치 인포메이션)’ ‘핵인싸(인사이더 중의 인사이더)’ 식이다. 20대 출연자들이 쓰는 이런 말을 박준형이 못알아듣는 게 웃음포인트이지만 박준형이 쓰는 비속어에도 시청자들은 재밌어한다.

지은이는 이 와썹맨의 성공으로 지금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채널을 통해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점을 꼽는다.

먹방의 인기 역시 이들의 유희정신과 맞닿아 있다, 90년대생들은 먹는 행위를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선 일종의 유희로 보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느낀다.즉 이들은 이전세대와 다른 욕구, 유희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이 점이 이들의 세계를 다르게 만든다.

지은이는 이들의 세번째 특징으로 정직함, 솔직함을 든다. 이들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학연, 지연, 혈연은 적폐다. 90년대생들이 안정된 직장으로 공무원을 원하는 중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부당함과 비합리적인 상황에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90년대생들이다. ‘화이트 불편러’ ‘프로 불편러’라는 말도 생겨났다.

문제는 이런 전혀 새로운 세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학교를 졸업하고 기업과 공무원 등 각계 각층에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사실상 기업내 세대 갈등은 이미 시작됐다. 충성심과 출퇴근 등에서 이전 세대와 삐걱댄다. 지은이는 앞으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주류로 부상할 세대는이므로 이들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건 필수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90년대생 인재의 특징은 충성섬의 대상이 다르다. 이들에게 충섬심은 회사가 아니라 단연 자신과 본인의 미래다. 따라서 조직문화개선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이들 각자가 자신을 위해 애쓸 때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주52시간에 따라 퇴근 후 90년대생들이 본인의 취미를 즐기거나 여가를 위해 스스로 돈을 내는 일에 회사가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개인의 커리어 개발을 통해 회사가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정욕구가 남다른 이들을만족시킬 적절한 신입사원 참여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태생적으로 놀이인간인 이들을 위한 최상의 인재전략은 회사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90년대생들은 소비의 지형도도 바꿔 놓고 있다. 호갱이 되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이들은 비호감 기업을 당연히 피한다. 즉 갑질, 불공정 행위를 하는 기업이나 국내의 낮은 경쟁 상황을 이용 차별적인 가격정책을 하는 기업, 기업의 수익성을 위해 제품의 품질을 고의로 악화 시키는 기업, 복잡한 프로세스를 개선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기업 들을 수시로 찾아낸다.

책은 풍부한 사례와 외국과의 비교 등을 담아 90년생 보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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