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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헤미안 랩소디’가 영국보다 한국에서 더 어필하는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전설의 록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2주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고 역주행까지 하며 장기 흥행몰이 중이다. 전체 흥행은 영국이 한국보다 앞서지만 개봉 2주차만을 보면 700만 달러를 벌어들여 ‘퀸’의 고향인 영국(630만 달러)보다 더 높은 흥행력을 보이고 있다. 이 기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한국에 한번도 오지 않은 고(故) 프레디 머큐리가 한국에서 살아난 것이다.

단순히 이 영화를 보러오는 관객이 많다고만 말할 수 없다. 퀸 노래 작곡자이며 보컬이자 피아노 담당인 프레디 머큐리의 굴곡진 인생을 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뭔가 뜨거운 게 올라온다고 한다.

관객의 뜨거운 반응은 몇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2~3번씩 보는 사람이 많다. 한 번은 기본이고 2~3번째는 공연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 ‘스크린X’(3면 영상)에서 보거나, 떼창과 열창하는 ‘싱어롱 ’ 관람이 코스처럼 돼 있다.

영화후기에는 마지막 20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보며 전율을 느끼고,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는 반응이 많다. 40~50대 기성세대뿐 아니라 10~20대들도 좋아한다.

1970, 80년대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그룹 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프레디 머큐리가 양성애자라는 사실도 대다수가 잘 몰랐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 ‘돈 스탑 미 나우’ ‘위 윌 락 유’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위 아 더 챔피언’의 멜로디는 다 안다. 이런 노래들이 중년들의 문화적 공허함을 건드렸다.

뿐만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가 영국 사회에서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아웃사이더이며 양성애자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약자로서의 우울하고 소외되 면을 보여준 게 많은 이들의 감정 이입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며 음악적 성취를 이뤄내는 한 인간의 성장기에 주목하게 된다. 프레디(라미 말렉 분)는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라고 말한다.

중년들이 ‘보헤미안 랩소디’에 빠져드는 이유에 대해 영화평론가 황진미는 “40~50대 중년들에게 퀸은 ‘우리 시대의 전설’이었다. 지금 음악과는 많이 달랐다. 힙합과 EDM 등 요즘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해 음악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멜로디가 있어 귀에 착 감기는 퀸의 음악을 듣고 ‘그래, 저것이 음악이지’ 하고 느끼고 ‘역시 나는 예술에서 소외되지 않았지’라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퀸은 몰라도 그들의 몇몇 노래는 응원가 등으로 쓰여 너무 유명하다. 중년들이 젊었을때 친숙했던 이들 노래를 들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이 사실을 매스컴에서 크게 다루자 젊은이들은 호기심을 느껴 극장을 찾는다”고 해석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한국사람은 핑크 플로이드나 레드 제플린보다 멜로디가 있는 록밴드 퀸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실제 퀸의 이야기를 조금 틀어 경쾌하게 만든 점이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에게 어필했다고 본다”면서 “남자끼리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은 당시에는 보여주기 힘들었지만 젊은 관객들은 별로 게의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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