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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 3기도 포기는 없다…맞춤형 ‘표적항암제’ 희망의 불씨…
폐암은 호흡곤란. 흉통 등이 주된 증상이다. 통상 1기~3기A 환자는 수술로, 3기Bㆍ4기 환자는 항암제로 치료하게 된다. 상태에 따라 검사를 받고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맞춤형 치료‘를 받으면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헤럴드경제DB]
11월 17일 ‘세계 폐암의 날’
뇌 전이땐 두통·걸음걸이 이상
척추 전이땐 하지 마비 등 증상…
유전자 검사후 표적항암제 치료…
일상생활 가능…생존기간도 늘어


#개인 사업을 하는 민모(70) 씨는 3년 전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로부터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수술 대신 항암 화학 치료를 받았지만 실패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붙잡겠다는 심정으로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그러자 10㎝에 가까웠던 종양 크기는 치료 8주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금은 90% 가까이 줄어들었다. 민 씨는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매주 집 근처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할 정도로 많이 건강해졌다.

매년 11월 17일은 미국흉부외과의사협회(ACCP)가 제정한 ‘세계 폐암의 날’이다. 폐암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전체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159만명이 폐암으로 사망한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3분의 1이나 되는 수치다. 지금도 30초마다 한 명씩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최근 배우 신성일(본명 강신성일)도 폐암 탓에 향년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1년여 간 투병해 왔다. 폐암을 통상 3기를 넘어가면 수술이 어렵고 생존율도 떨어진다. 하지만 의료진과 상의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맞춤형 치료’를 받으면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전이되면 두통ㆍ하지 마비 등 증상=대부분 폐암 환자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이후 진단을 받아, 이 중 과반 이상이 진단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폐암의 조기 진단율은 22.2%로 위암(62.2%), 대장암(36.1%), 유방암(58.6%) 등 다른 주요 암에 비해 낮다.

특히 폐암은 발견이 늦어질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암세포가 폐에서만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61.2%지만, 주위 장기나 인접 조직 등을 침범한 후 발견되면 33.7%, 폐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이된 후 발견되면 5.9%까지 낮아진다.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피 섞인 가래, 체중 감소 등이다. 흉통, 숨쉴 때 쌕쌕거림, 피로, 식욕 감소, 목쉼, 연하(삼킴)곤란 등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폐암이 이미 전이됐다면 전이된 장기에 따라 특징적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승현 경희대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뇌에 전이되면 두통, 어지러움, 걸음걸이 이상, 척추에 전이되며면 갑작스런 하지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증상 등을 통해 폐암이 의심된다면 신속히 내원해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3기Bㆍ4기 환자는 수술 대신 항암제로 치료=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로 따라 크게 소세포 폐암(SCLC)과 비소세포 폐암(NSCLC)으로 구분된다.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은 진행 경과와 치료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 소세포 폐암은 악성도가 높아 발견 당시 다른 장기 등에 전이가 됐거나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됐을 때가 많다. 반면 전체 폐암의 85~9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완치도 가능하다.

비소세포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침윤 정도, 림프절로 퍼진 정도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 등을 종합해 ▷1기 ▷2기▷3기A(초기 3기) ▷3기B(후기 3기) ▷4기로 진단된다. 이 중 1기ㆍ2기ㆍ3기A 환자에게는 수술이 가능하다. 이들 환자에 대해서는 수술을 통해 우선적으로 종양을 절제하게 된다.

1기 폐암 환자에게는 방사선 수술도 활용된다. 방사선 수술은 칼 대신 방사선을 이용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통증과 출혈도 없고, 마취할 필요도 없다. 당일 수술과 퇴원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공문규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폐암 방사선 수술은 종양의 크기가 5㎝ 미만이고 임파절 전이가 없는 1기 폐암 환자에게 주로 시행하고 있다”며 “수술 후 종양 제거율은 85%로 기존의 외과적 절제술과 차이가 없고 합병증 발생률은 현저히 낮다. 최근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진행된 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과적 수술을 받은 환자에 비해 더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확정된 병기가 2기 이상이면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 화학 치료(항암제)를 추가로 시행한다.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수술이 어려운 3기A 중 일부와 3기B 환자들에 대해서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 화학 치료를 함께 시행한다”며 “4기 환자의 경우 항암화학치료를 주된 치료로 하며 필요 시 증상 완화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보조 치료로 실시한다”고 했다.

실제로 대부분 비소세포 폐암 환자는 항암 화학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수술이 불가능한 3기B 또는 4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말기 폐암 환자는 우선 증상 완화, 삶의 질 개선, 생존 기간 연장을 목적으로 치료를 실시한다. 이때 주요 치료법인 항암 화학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로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세포독성항암제 등이 있으며,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가 선택된다.

이 교수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개선된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같은 폐암이라도 환자에 따라 최적화된 치료법이 다양해졌다”며 “어느 치료제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폐암의 종류ㆍ병기, 폐암 조직을 활용한 유전자 검사 결과와 함께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개별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는 폐암 확진 후 가장 효과적인 항암제를 선택하기 위해 필요하다. 검사 결과,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해당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해 작용하는 표적항암제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로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ALK(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 등이 대표적”이라며 “EGFR 변이는 유럽에서는 전체 비소세포 폐암 환자 중 10~15%에게서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30~40%에 이를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EGFR 변이 등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게 활용되는 표적항암제 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 치료에 비해 탈모, 구토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이상 반응의 발생 가능성이 작고, 환자가 질환의 진행 없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도 긴 장점이 있다. 이 교수는 “기존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 환자에서도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3세대 표적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맞춤형 치료 덕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고 생존 기간도 늘어나는 폐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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