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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메세나를 키우자] ④노벨상 ‘메카’에서 과학축제 후원까지…142년 기초과학투자 본산, 칼스버그
코펜하겐 시내 안데르센(H.C. Andersens Boulevard)가에 있는 칼스버그 재단 본사 건물
- 맥주 제조가 과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믿음
- 가치창출, 미래성장 원칙에 따라 기초과학투자
- 과학자 연구 자금 지원…노벨상 ‘메카’로 자리매김
- 과학문화 확산에도 적극적


[헤럴드경제=코펜하겐(덴마크)최상현 기자]칼스버그(Carlsberg A/S)는 세계 4위의 덴마크 맥주회사로 1876년에 설립된 칼스버그재단이 대주주다.

칼스버그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재단 중 하나다.

재단은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원해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기초 연구를 지원해 오고 있다.

재단의 기초과학 투자는 설립자인 J.C 야콥센(Jacobsen)의 유지에 따라 기초 연구가 사회의 미래 성장과 가치 창출의 원천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다.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성장과 복지를 생산하며, 보편적으로 유익한 곳에 돈을 쓴다는 것이 투자의 모토다.

142년 전 칼스버그 그룹의 설립자인 야콥센은 과학에 매료됐다.

그는 최신의 과학적 연구가 최고의 맥주를 생산하기 위한 자신의 야망을 이룰 수 있게 해 준다고 믿었다.

그에게 ‘맥주를 제조하고 마시는 일은 과학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인식에서 그는 1875년에 세계 최초의 부설 연구소인 칼스버그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듬해인 1876년에는 재단을 세워 본격적으로 생명공학, 미생물학, 유전공학 연구와 과학 탐험 활동 지원을 시작했다.

그가 만든 칼스버그 연구소는 위대한 과학적 발명품의 산실이었다.

그 중에서도 순수 효모 배양법은 연구소가 낳은 최고의 쾌거였다. 맥주가 운송되는 과정에서 쉽게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는 이 기술은 칼스버그가 오늘날 ‘라거 맥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또 유럽의 맥주 양조 방식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이 기술은 다른 나라에도 무상으로 전수돼 맥주 산업의 현대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연구소는 노벨상의 ‘메카’가 됐다.

1922년 원자구조와 양자 역학에 대한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덴마크 과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는 칼스버그의 후원을 받았다.

아인슈타인, 슈레딩거, 하이젠베르크, 델브릭 등 20세기 초반 수십명의 노벨 물리, 화학,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이 이 곳을 찾아 연구를 수행했다.

유기 화합물 속 질소 함유물을 측정하는 ‘켈달(Kjeldahl) 분해법’과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의 개발 등이 모두 연구소에서 이뤄졌다.

브리지트 스카드후에(Birgitte Skadhauge) 칼스버그 연구소장은 최근 ‘눌 록스(Null Lox)’라는 새로운 보리 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품종은 더 좋은 거품을 만들고 맥주의 신선도를 전통맥주보다 더 오래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재단은 과학자들의 모험적인 탐험 활동도 지원했다.

덴마크의 생물학자이자 해양학자인 요하네스 슈미트(Johannes Schmidt)가 이끌고 재단이 후원한 세계일주 해양학 탐험대는 세이셸군도와 몰디브군도 사이의 인도양에 능선을 발견하고, 이를 ‘칼스버그 능선’으로 명명했다. 칼스버그라는 이름이 세계 지도에까지 올라간 사례다.

재단은 칼스버그 연구상(The Carlsberg Foundation Research Prizes), 칼스버그 보조금(grant) 등을 통해 과학자들의 연구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연구상은 야콥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1년에 제정됐다. 매년 기초 연구에 중요하게 기여한 연구원들에게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두 분야로 나눠 상을 준다. 100만 크로네의 상금은 덴마크 왕립학술원(Royal Danish Academy of Sciences and Letters)의 추천을 받아 수여된다.

덴마크를 포함한 전세계 과학자들 중에서 수상자는 100만 크로네 상금 중 25만 크로네는 개인 목적으로, 75만 크로네는 연구 프로젝트 자금으로 쓰게 돼 있다.

올해는 미국 듀크(Duke) 대학교의 금융계량경제학자 팀 볼러슬레프(Tim Bollerslev) 교수와 덴마크 오후르스(Aarhus) 대학교의 구조생물학과 교수인 파울 니센(Poul Nissen)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재단은 전체 수익 가운데 지난해 약 2억8000만 크로네(한화 약 350억원)를 총 240명의 포스트닥터 이상 과학자들에게 지원했다.

2016년에는 4억8000만 크로네, 2015년에는 2억2000만 크로네 등 매년 평균 2억~3억 크로네 이상을 과학계 우수 인재 지원에 썼다.

올해는 지난 10월1일 연구자 발굴 작업을 시작해 현재 최종 선정 단계에 있다.

재단은 과학 문화 확산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시작된 코펜하겐의 과학축제인 ‘블룸’(BLOOM)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블룸은 칼스버그 그룹이 코펜하겐 중부에 위치한 공원에서 덴마크 정부(고등교육과학부ㆍMinistry of Higher Education and Science),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자연 속에서 매년 여는 대규모 과학축제다.

이틀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는 이 축제에 덴마크 국민들은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과학을 주제로 대화하고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자리다.

칼스버그재단의 후원을 받는 과학자들은 물론 해외 유명 과학자들을 일반 국민들이 직접 만날 수 있다. 지난해는 80여명의 덴마크 국내 과학자들과 해외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축제는 클래식 콘서트, 심포지엄, 산책,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 80여개에 이르는 이벤트로 구성된다.

플레밍 베센바커(Flemming Besenbacher) 칼스버그재단 회장은 “이 과학축제는 오늘날 우리가 복잡한 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학적 호기심을 키우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덴마크 국민들이 여기서 과학계의 최고 대표자들과 만나고 그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bonsang@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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