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 커들로 - 매파 나바로 충돌
류허 미중정상회담 준비차 미국행
WSJ “파워게임 목적땐 협상 험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지며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강경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게 커지면서 백악관 내부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대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온건 ‘비둘기파’에 속하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3일(이하 현지시간) 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국장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나바로 국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나바로는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의 언급은 잘못됐고 그 누구에 의해서도 승인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바로는 심하게 말실수를 했다”면서 “그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들로 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주 나바로 국장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월가(Wall Street)의 영향력을 비판한 것에 대한 거부의 표시라고 CNBC는 전했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 9일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간담회에서 월가의 인사들을 “억만장자 글로벌리스트들(globalist billionaires)”이라고 지칭하면서 “미등록 해외 요원들의 임무는 대통령에게 어떻게든 (미중 무역)합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바로 국장은 또 다른 비둘기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겨냥해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강경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바깥쪽으로 가면 여러분은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견제했다.

커들로 위원장과 나바로 국장의 충돌은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백악관 내부의 치열한 노선싸움이 드러났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만날 예정이다.

회담 준비를 위해 류허 부총리가 곧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류 부총리는 앞서 지난 9일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10일에는 베이징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는 등 협상 준비에 전면 돌입했다.

미국 측의 커들로 위원장도 “미중 양국 정부는 현재 모든 레벨에서 소통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좋은 것”이라면서 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날 것이 “현재 꽤 분명하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오로지 무역 때문이라면 협상 타결 가능성이 있지만, 지정학적 경쟁이 목적이라면 협상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새로운 냉전’이 시작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쪽에 마음을 더 두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역을 파워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관세전쟁은 더욱 격화되고 이에 따른 영향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