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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맷집’ 좋으면 뭐하나…은행주 내년 전망 ‘먹구름’
10월 이후 업종별 등락률 상하위권 현황 [자료=코스콤]
-은행주, ‘검은 10월’ 거치며 ‘방어주’ 증명…고배당ㆍ저평가 매력에 기관 ‘사자’
-내년 은행주 전망은 어두워…가계대출 성장률 둔화 탓
-미ㆍ중 무역전쟁 따른 경기침체 우려…장ㆍ단기 스프레드 축소→예대마진 축소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금리인상기 수혜주(株)인 동시에 배당수익률이 높아 증시 침체기 ‘방어주’로서 주목을 받은 은행주가 내년 이후에는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주목된다. 가계대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사이클이 이미 후반 국면에 접어들어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6월 이후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장ㆍ단기 채권 금리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데, 대출금리와 조달(예금)금리가 각각 장ㆍ단기 채권에 연동되는 구조에 따라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차이) 축소 우려까지 겹친 상황이다.

14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이후 코스피가 약 11.6% 하락한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가장 낙폭이 작았던 것은 은행(-2.6%)이었다. 업종에 속한 기업은행은 해당 기간 오히려 주가가 2.3% 상승했고, 제주은행(-3.5%), 우리은행(-3.9%)도 시장평균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 은행, 증권, 보험주 등을 담고 있는 ‘코스피200금융’ 역시 이 기간 7.6%의 낙폭을 기록,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주가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거둔 것은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주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4.5%에 달하는데, 이는 일종의 ‘안전마진’으로서 하락장에서 수익률 방어 효과를 낸다. 저평가 매력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하나금융지주(0.47배, 이하 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은행(0.51배), 우리은행(0.53배), KB금융(0.57배), 신한지주(0.63배) 등 국내 5대 은행 모두 PBR이 1배 미만이다. 이는 회사가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국고채10년 - 국고채3년금리차 추이 [자료=코스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최근 쏟아내고 있는 내년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은행주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8.1%에서 올해 2분기 7.6%로 하락했으나, 절대적인 대출 규모 자체를 우려하는 금융당국은 이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9ㆍ13 부동산대책을 통해 강화한 주택담보대출 조건과 종합부동산세,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관리지표로 적용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이 그 일환이다. 가계대출의 성장세 둔화는 은행의 실적 기대감을 낮춘다.

지난 6월부터 불거진 미ㆍ중 무역분쟁 우려도 은행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요인이다. 무역분쟁이 가져올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장ㆍ단기 금리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은행 실적의 핵심인 예대마진을 축소시킨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은 장기채권 중심으로 연동되고, 조달금리는 단기채 중심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예대마진 폭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ㆍ단기 금리차 축소는 시장참여자들이 경제의 장기적 성장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해 장기물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은행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기정사실화된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이후 추가 인상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현재 기준금리 2.00~2.25%보다 1%포인트 높은 3.25%까지 인상 후 추가적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재웅 연구원은 “지난 2005년과 2010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사이클을 분석하면, 마지막 국면에서는 항상 은행주의 하락 양상이 나타났다”며 “금리와 대출성장률 등 추가적인 모멘텀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향후 은행주는 사이클 마지막 국면과 비슷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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