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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히어로 아버지’ 스탠 리 별세…현실서는 ‘인종차별’ 대항 히어로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샬러츠빌 사태 “1968년과 다르지 않아” 비판
“마블 이야기, 인종·성·피부색 상관 없이 열려”
마블 세계관에도 반영…블랙 팬서·엑스맨 탄생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무수한 ‘슈퍼 히어로’를 탄생케 한 미국 만화업계 거물 스탠 리(Stan Lee)가 12일(현지시간) 향년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플랫폼을 활용, 인종 차별에 도전해온 그의 행적도 재조명 받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필명인 스탠 리의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다. 리는 스파이더맨,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 판타스틱4, 데어데블, 블랙 팬서, 엑스맨, 아이언맨, 토르 등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만화업계의 ‘거물’이다.

뉴욕 맨해튼의 루마니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39년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에 입사하면서 만화업계에 발을 들였다. 편집 조수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능력을 인정받아 이야기 구성에도 참여했다. ‘캡틴 아메리카’ 각본 일부를 쓰면서 만화 원작 제작에 참여했고, 마블 코믹스를 대형 멀티미디어 기업으로 이끌었다.

리는 마블 코믹스 편집장과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1994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윌 아이스너 어워드’를 수상했고, 이듬해 잭 커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미국 예술 훈장’을 받았다.

리는 1960년대부터 인종 차별에 대항해왔다.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된 1968년 “심한 편견과 인종차별은 오늘날 세계를 괴롭히는 치명적인 사회악”이라고 선언했다. 리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를 일으킨 지난해에도 이 발언을 트위터에 인용, “오늘날은 1968년과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가을 팬들에게 보내는 동영상에서도 “마블은 우리의 창 밖 세계를 반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세계는 변화하거나 진화할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영웅적 행위를 말하는 방식”이라며 “이야기들은 인종, 성, 피부색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우리가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 유일한 것은 증오, 편협,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일찍이 이런 생각을 한 그는 1966년 부유하면서도 선진화된 기술을 갖춘 흑인 슈퍼 히어로인 ‘블랙 팬서’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켰다. 엑스맨에서도 돌연변이와 인간의 대결 구도에 소수자·인종 차별이라는 주제 의식을 녹였다. WP는 “인종·민족·종교적 혐오를 맹렬하게 비난한 그의 메시지는 수십 년에 걸쳐 울려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는 이날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의 시더 시나이 메디컬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여러 지병을 앓아오다 최근 건강 악화로 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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