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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지진 1년]‘필로티 건물’ 큰 피해냈지만 대책은 지지부진…갈 길 먼 ‘안전’
기둥이 파손되며 철근을 드러낸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필로티 건물. 해당 건물은 시공 당시 철근을 기준 이하로 사용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붕괴위험’ 포항 필로티 건물 절반은 부실시공
-정부안 나왔지만…현장선 ‘현실성 없어’ 불만
-피해지역 내진확보율도 ‘저조’…“기존 건물 대책도 필요”

[헤럴드경제(포항)=유오상 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원룸 건물. 지난해 11월 지진 당시 이 건물은 기둥이 모두 갈라져 철근을 드러냈다. 건물을 떠받치는 10개 기둥이 모두 파손되자 안에 입주해있던 주민 20여 명은 한동안 인근 숙박업소를 떠돌아야 했다.

지진이 일어난 포항시 북구 근방에 있는 필로티 구조의 원룸은 800여 동에 달한다. 이중 지난해 지진으로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 건물만 앞선 원룸을 비롯해 40여 동이다. 정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서보니 이중 절반 이상인 20여 곳은 애초 안전기준을 위반한 부실시공이었다. 무너진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보여야 할 가로 철근이 없었던 것이다. 아예 철근을 기준의 절반밖에 쓰지 않은 건물도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근방 원룸촌은 유령 마을로 변했다. 파손됐던 건물 기둥은 예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입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에서 살 수 없다”며 동네를 떠났고, 새로 들어오는 입주자도 없었다. 사실상 빈 건물이 된 셈이다.

포항 지진 당시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 건물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건축물 구조 강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 개선안을 두고 건축업계 내부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실제 적용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3층 이상 필로티 건축물의 설계 및 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필로티 건물을 설계할 때에는 구조기술사와의 협력이 의무화되고, 감리 때에는 건축분야 고급 기술사의 협력이 의무화된다.

그러나 정작 시공에 나서는 건축사와 기술사 모두 정부안에는 부정적인 모습이다. 기술사의 개입 문제를 놓고 대한건축사협회 측은 “감리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 조항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전국적으로 1000여 명밖에 안 되는 건축구조기술사의 개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측 역시 “감리 과정에도 구조전문가인 구조기술사가 협력한다는 당초 안보다 정부안이 후퇴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정부안에 언급된 고급 기술사는 보통 대학교를 졸업하고 관련 업계에서 4년 정도 일했을 때 딸 수 있는 자격증”이라며 “정부안이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건물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로 기둥이 파손됐던 대부분 원룸은 개인이 철제 기둥 등으로 보강조치를 한 상태다. 그러나 기존 건물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마땅한 기준안이 없어 제대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건물도 상당수다. 실제로 경북 지역의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뤄진 비율은 전체의 6.8%에 그쳤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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