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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 기자의 생생건강] ‘낮술 먹은거 아냐?’ 늦가을부터 심해지는 ‘안면홍조증’

-불편하지만 질환은 아니다? 전문 처방 없이 장기간 스테로이드제 연고 바르면
-피부 얇아지면서 영구적인 안면홍조 남을 수도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아침 날씨가 제법 초겨울처럼 쌀쌀해진 이맘때가 되면 양 볼이 발그스레 홍조를 띤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에는 생기있는 볼을 연출하기 위해 화장으로 홍조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심하게 안면홍조증이 있는 사람들은 남모를 고충을 겪는다. 툭하면 “낮술 먹었느냐”는 말을 듣거나 “가을도 다 갔는데 얼굴에 웬 단풍이냐”고 놀리는 사람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까지 지장을 주는 안면홍조증에 대해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실내외 온도 차이 심한 늦가을부터 증상 심해져=안면홍조증이란 단순히 얼굴이 붉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약간의 감정변화나 온도 차이에도 다른 사람보다 얼굴이 더 쉽게 그리고 더 심하게 빨갛게 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다. 특히 실내외 온도 차이가 심한 늦가을부터 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사람의 피부에 있는 혈관은 자율신경의 조절을 받아서 늘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오므라들기도 한다. 이러한 원리로 사람이 긴장 또는 흥분을 하거나 쌀쌀한 날씨에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혈관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혈관이 늘어나게 되면 붉은 피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피부가 붉어지고 이와는 반대로 혈관이 오므라들면 피가 줄면서 창백해진다. 사실 우리 몸에 있는 피부의 혈관들은 다 늘어나고 좁아지는데 특히 얼굴의 양 볼이 쉽게 붉어지는 이유는 다른 부위보다 혈관 분포가 더 많고 잘 비치기 때문이다.

▷자외선 노출, 피부질환, 알코올, 폐경기 등 원인 다양해=혈관을 늘어나게 하는 원인은 자외선, 피부질환, 알코올, 폐경기 등 다양하다. 특히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의 혈관을 싸고 있는 탄력섬유가 영구히 손상돼 안면홍조증이 생길 수 있다.

간혹 20~30대의 연령층에서 ‘나는 아직 젊으니까’라는 생각에 본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20대라면 이미 어릴 때부터 최소 20년 동안 얼굴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된 상태다. 특히 어릴 땐 대부분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지 않고 주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피부와 피부혈관의 탄력섬유들은 어느 정도 손상돼있는 상태이므로 야외활동 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셨을 때도 얼굴이 유독 빨개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하는 효소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술 이외에도 홍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에는 발효성 식품이나 식품 첨가제 등이 있으며, 뜨거운 음료나 매운 음식, 치즈나 초콜릿 등을 섭취 후 일시적으로 홍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자들이 나이가 들어서 폐경이 되었을 때 얼굴이 쉽게 붉어질 수 있다. 간혹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생각하고 전문의의 처방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오랫동안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밑의 혈관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홍조가 지속적이고 과도하게 발생할 때 치료 필요=안면홍조증의 치료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원인 중에 홍조가 지속적이고도 과도하게 발생하는 경우로 전문의의 판단 아래 시행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치료법은 ‘혈관 레이저 치료법’이다. 혈관 레이저란 혈관에만 작용할 수 있는 단일파장을 가진 레이저로서 혈색소에 흡 수되는 레이저 파장을 방출하기 때문에 혈관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장치다.

레이저는 증상의 심한 정도나 부위, 개인차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번에 20~30분 정도씩 3~4주 간격으로 시행한다. 시술 후 잠시 얼굴이 붉어지고 부을 수는 있지만 대게 1~2일 정도 지나면 가라앉고, 적어도 1~2주 안에 완전히 회복된다. 이밖에도 여드름과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원인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폐경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안면홍조증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 때문이므로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안면홍조증 환자들은 평소 일상생활에서 다음과 같은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외출 시 마스크나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 급격한 온도변화를 막자. ▲혈관을 확장시키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자. ▲피부 보호를 위해 목욕이나 사우나는 장시간 하지 않는다. ▲음주와 흡연을 금하고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피한다. ▲자극적인 화장품이나 샤워용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평소 안면홍조증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나 질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 피부 연고를 남용하는 것은 안면홍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습관적으로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게 되면 피부를 얇게 해 결국 영구적인 안면홍조를 남길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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