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회째 열리는 신생아트페어인 웨스트번드아트페어는 상하이시의 미술집중 육성 정책에 힘입어 세계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페로탱, 페이스갤러리,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즈위너 등 110개 갤러리가 참여, 아트바젤 홍콩을 방불케 했다. 사진은 웨스트번드아트페어 전경. |
전세계 43개 도시 110개 갤러리 참여
세계 주요갤러리 미술관급 부스설치
데미안 허스트 등 유명 작품도 전시
‘아트 O21’페어와 시너지로 외연 성장
34%에 달하는 ‘세금 페어’ 약점 꼽혀
[상하이(중국)=이한빛 기자] ‘3월 홍콩, 11월 상하이’
매년 3월 홍콩을 찾는 미술 애호가라면, 11월 상하이행 항공권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트바젤 홍콩을 턱끝까지 쫓아가는 아트페어와 미술관에서 열리는 세계적 작가들의 블록버스터급 전시는 전 세계 미술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올해는 상하이비엔날레와 상하이국제무역박람회까지 열려 전세계 미술인, 콜렉터, 디자인 관계자들을 끌어들이며 세계 미술계의 ‘핫 플레이스’임을 증명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건 단연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페어(West Bund Art& Design Artfairㆍ이하 웨스트번드 아트페어)’다. 상하이시가 지난 3년간 정책적으로 육성한 ‘미술 특구’인 웨스트번드에서 열린다. 지난 2014년 부터 시작, 이제 5년차에 불과한 신생 행사지만 참여 갤러리들의 면면은 아트바젤 홍콩을 방불케한다. 첫 해 30여개 갤러리로 시작한 아트페어는 올해는 전세계 43개 도시에서 110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전시장도 지난해까지 웨스트번드아트센터 한 곳에서 열리던 것에서 부속건물인 홀N(Hall N)까지로 넓어졌다.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페로탱, 페이스갤러리,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즈위너 등 세계 유수 갤러리가 부스를 내면서 그 격도 상당히 올라갔다. 한국에서는 아라리오, 국제갤러리, P21이 참여했다. 부스 참여는 주최측인 ‘상하이 웨스트번드 개발 그룹 공사’의 초청으로 이뤄진다.
폭발적 성장은 판매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페어의 첫 날이자 VIP 오픈일이었던 지난 7일, 벤브라운 파인 아트 갤러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소품인 ‘빌트(Bildㆍ1990)’를 약 160만 달러(18억7000만원)에 중국 컬렉터에게 넘겼고, 오타 파인 아츠 갤러리는 야요이 쿠사마의 2015년 작품인 호박 조각을 200만달러(22억 5800만원) 못미치는 가격에 판매했다는 후문이다.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선보인 아드리안 게니의 신작 ‘파벨라(Favela)’은 한국의 한 재단이 120만달러에 사갔다.
아니쉬 카푸어와 양혜규 작품을 선보인 국제 갤러리. |
데미안 허스트와 앤소니 곰리의 작품. 화이트 큐브 갤러리. |
더불어 옛 비행기 격납고를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전시장도 아트페어의 위용을 더한다. 산업 해리티지를 간직한 건물에 예술을 더해 새롭게 재생시킨 것. 높은 층고와 벽 상단에 위치한 채광창이 미술관 전시장 부럽지 않게 빛을 발했다.
그러나 최고 34%에 달하는 세금은 페어의 약점으로 꼽힌다. 출품작 가격대도 높은 편이라 참여 갤러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의 초청을 거부하지 못하는 건 ‘미술 도시’ 상하이의 무서운 성장 속도 때문이다. 화이트 큐브, 시몬스테일러, 데이비드즈위너, 페로탕 등이 속속 분점이나 사무소를 오픈하는 가운데 유즈 뮤지엄, 롱 뮤지엄 등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이 웨스트번드에 문을 열었다. 프랑스 대표 미술관인 퐁피두도 내년이면 상하이에 분점을 오픈한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사무소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90%이상 완공된 상태다. 손엠마 리만머핀코리아 디렉터는 “개인 콜렉터에게 작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근 미술관에서 작가를 대대적으로 조명할 수 있길 기대하며 페어에 참여한다”며 “상하이를 미술 특구로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긴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하이전시센터에서는 ‘아트 O21’이 지난 8일부터 열렸다. 동시대미술을 주로 소개하는 아트페어로, 올해부터는 근현대미술을 함께 소개하는 웨스트번드아트페어와 일정이 겹친다. 두 페어가 시너지를 내면서 외연이 넓어졌다는게 미술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무섭게 성장하는 아시아미술시장에서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가져가는 가운데, 한국미술시장은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두 페어 모두 11일에 폐막했다.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