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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트리 음악이 울리고, 아프간戰 해병대 출신이 총을 쐈다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의 시신이 영구차로 운반된 후 경찰과 한 시민이 껴안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증오’범죄에 이어 미국 사회의 이면 드러내
총기에 관대한 美주류문화계-참전군 후유증 가능성
라스베이거스 콘서트장 총기 난사에 이은 참극
용의자, 지난 4월 정신 감정 받아…PTSD 우려도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컨트리 음악팬들에게 다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트리 음악 콘서트장 총기 난사에 이어 7일 밤 캘리포니아주 컨트리 뮤직바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는 군인 출신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의심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 사우전드 오크스의 ‘보더라인 그릴 & 바’에서 전직 해병대원 이언 데이비드 롱(28)이 총기를 난사했다. 시민 11명과 경찰 1명 등 12명이 숨졌다. 롱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18세 이상 대학생 컨트리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컨트리 음악 콘서트를 즐기던 음악팬 58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총격범은 건너편 호텔에서 소총 1000여발을 난사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번 LA 교외 술집 총격 사건 생존자 일부는 라스베이거스 사건 현장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컨트리음악 공연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컨트리 음악계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컨트리의 메카로 불리는 내슈빌의 음악가들을 포함 다수의 음악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의 글을 올렸다. 가수 켈시 발레리니는 애도의 의미로 새 뮤직비디오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가수들은 총기 규제와 같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애도만 표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간 컨트리 음악가들이 총기 규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침묵을 강요받아왔다고 지적했다. 팬들이 떨어져나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WP는 “더욱 주류화해가는 컨트리음악의 광범한 기반이 보수층에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총기협회(NRA)와도 공식적인 결연관계도 있다”고 했다.

올해초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교내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NRA는 ‘NRA 컨트리’ 홈페이지에 있던 컨트리 가수 이름들을 삭제했다. 이 홈페이지에 이름이 올라와있던 음악가들은 NRA로부터 무료 마케팅 등과 같은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컨트리 음악 협회상(CMA)측은 기자들에게 만일 레드카펫에서 총기나 정치 문제에 대해 질문하면 취재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통보했다. CMA는 반발이 이어지자 나중에 이같은 조치에 대해 사과했다. 총기 규제 강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고 있는 컨트리 음악가는 극히 소수다.

한편 이번 사건 용의자 롱은 아프간 참전 군인 출신으로 PTSD가 의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롱은 18세에 입대해 5년간 군 생활을 했다. 아프간에도 7개월간 파견돼 전투임무가 맡겨졌다. 그는 2009년 19살의 이른 나이에 결혼했으며, 2011년 아프간에 배치됐을 당시 부인과 결별했다. 롱은 전역 후 어머니와 함께 살며 대학에 다녔다. 이웃들은 롱의 집에서 종종 큰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지난 4월에는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당시 롱은 이성을 잃은 듯 행동해 정신건강 전문가가 불려오기도 했다. 경찰은 롱이 PTSD를 겪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은 의회 차원에서 총기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교내 총기 사건 발생지 파크랜드를 지역구로 둔 테드 도이치 민주당 하원의원은 “총기에 대한 정치적 미적분이 변했다”며 “이는 6일(중간선거일) 시작됐고 내년 1월에 가속화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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