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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이 시사하는 점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록그룹 퀸의 일대기를 그린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관객들의 입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가 영화를 보면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극장에서도 밴드의 기타 소리와 드럼 비트에 몸이 흔들거린다.

퀸은 1970, 80년대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이다. 퀸 음악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너무 길다. 영화에서도 노래 길이가 6분이 넘는 ‘보헤미안 랩소디’ 등을 퀸 제작자가 BBC 방송국에서 틀어주지 않을 거라고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퀸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은 음악안에 이질적 장르가 들어가 있고, 조바꿈이 잦은 편이다. 록밴드가 발라드와 디스코, 오페라까지 건드린다. 요즘 말로 하면 콘텐츠의 ‘융합’적 속성이 다분히 있다. 갑자기 높아지는 옥타브로 ‘갈리레오 갈릴레오’라는 오페라 파트가 들어간다.

‘엑스맨’ 시리즈를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 노래를 작곡하는 보컬이자 피아노 담당인 프레디 머큐리의 굴곡진 인생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다. 그의 서사 자체는 극적이다.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는 연인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 분)에게 반지를 선물하며 평생 끼고 있어달라고 하는 등 처음에는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동성을 사랑하는 양성애적 모습도 보이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에이즈에 걸려 사망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프레디 머큐리는 퀸이 유명해지면서 솔로 데뷔 유혹을 받게되고,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그룹 멤버들과 결별하다 화해하는 모습 등 실제적 모습은 여느 드라마의 서사와 닮아있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가 팀이나 아내와 불화하다가도 밖으로 나와 혼자 멍하니 서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때 음악적 영감이 생긴다. 천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미덕은 퀸의 수많은 히트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과 ‘Love Of My Life’와 ‘Bohemian Rhapsody’ 등의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인종적으로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이고, 종교는 조로아스트 교의 집안으로 부모가 영국으로 이주한 아웃사이더다.

영화의 첫장면은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파록버사라’(프레디 머큐리의 본명)가 보컬을 구하던 밴드에 들어가려고 노크했다. 하지만 앞으로 돌출한 입모양때문에 멤버들이 시큰둥하게 생각했다. 그음에도 월등한 보컬 실력을 지닌 그를 받아들여 결국 프레디가 밴드 퀸을 이끌게 된다.

영화속에서는 ‘Bohemian Rhapsody’ ‘Somebody To Love’ 등 퀸의 명곡 20여곡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 기아돕기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의 20분 공연 장면에서 나오는 ‘Bohemian rhapsody’ ‘Radio gaga’ ‘Hammer to fall’ ‘We are the champions’를 듣다보면 전율이 느껴지고 눈물이 흘러내릴 수도 있다.

프레디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은 이 공연을 포함해 대부분을 프레디 머큐리에 빙의될 정도로 배역과 비슷하게 노래하고 연기하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공연 장면을 보면서 ‘비긴어게인’에서 소개되었던, 몽트뢰 시장 호수앞 광장에 세워진 프레디 머큐리가 오른손을 힘차게 번쩍 들고 있는 동상 모습이 생각났다.

퀸 멤버중 함께 음악을 만드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역을 하는 귈림 리가 싱크율이 매우 높다는 점도 감상 포인트다. 그렇다고 드러머 로저 테일러(벤 하디 분)와 베이시스트 존 디콘(조셉 마젤로 분)의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멤버들은 모두 작곡을 했다.

노래는 짧고 기승전결 형식이 아닌 강력한 후렴구가 나오는 음악 시대에 긴 음악에 다양한 음악 형식이 섞여있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금 나와도 성공할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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