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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로손호의 비극을 피하려면
한국경제에 이상 현상이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주가가 폭락하여 장중 2000선이 무너졌다. 경제성장률도 0%에 머물고 있으며, 투자도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건설투자는 3분기 -6.4%로 1998년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감소폭이 컸다. 설비투자도 줄고 있고 고용지표도 좋지 않다. 총체적 부진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의 부진에 대한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무역 환경의 악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자동차 산업의 실적 쇼크 등 전통적 제조업의 부진,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에 의한 소비의 감축과 내수부진 등의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부진 탈출을 위해서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경제의 구조조정이다. 전통적 제조업의 부진은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이미 예견되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6% 급락하였는데, 이는 공유경제로 인한 자동차 수요의 감소에 의한 결과라 볼 수 있다.

GM의 군산공장 철수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컨설팅회사 KPMG에 의하면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차량 공유서비스로 인하여 2030년에는 자동차 수요가 현재에 비하여 50% 정도 감축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807년에 증기선이 처음 나왔지만, 그 후 70년 동안 바람을 이용한 범선이 주로 이용되었다. 그 이유는 최초의 증기선은 효율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혁신을 통한 효율 향상으로 증기선은 빠르게 범선의 경쟁자가 되었다. 이때 범선개발자들이 택한 선택은 돛의 수를 늘려서 증기선과 경쟁하려고 하였고 그 결과가 로손호였다. 로손호는 범선 사상 최고의 속도인 22노트를 낼 수 있었으나, 거대한 돛을 7개나 설치한 덕분에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전복되었다. 범선시대의 막을 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로손호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파괴적 혁신은 존속적 혁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현재의 주력기업이 수행하는 것이 존속적 혁신이라면 파괴적 혁신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신사업 창출을 통한 혁신이다. 1995년 인터넷 혁명의 여명 시기에 하버드대학교의 크리스텐슨교수가 주창한 이론이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덮치고 있는 201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곱씹어 볼만한 개념이다.

로손호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이 파괴적 혁신을 위한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규제철폐를 통한 신사업 육성에 노력해야 하며, 파괴적 혁신에 의한 피해자들의 구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최근 카카오 카풀 사업에 대한 택시운전사들의 파업은 파괴적 혁신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차량공유서비스는 여러 번 시도되었지만, 번번이 규제에 묶여서 실패하고 말았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제안한 법인택시 완전 월급제 및 개인택시 면허의 지방자치단체 매입 등의 아이디어는 늦었지만, 매우 신선하다.

경제권력 집중의 해소도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 필요하다. 최근 BTS의 국제적 인기에는 유튜브가 그 중심에 있다. 유튜브는 미디어산업이 거대 자본의 산업에서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플랫폼 산업으로 이전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제조업에도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라는 회사와 자율주행 공동개발에 착수하였다. 모빌아이는 1997년 창업된 벤처회사이고 2017년에 인텔에 인수되었다.

왜 우리나라는 자동차 강국인데 모빌아이 같은 성공한 벤처회사가 잘 안 보이는지 궁금하다. 경제권력의 보이지 않은 규제 때문인 것 같아서 씁쓸하다.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 파괴적 혁신에 필수적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파괴적 혁신을 위한 창업의 전선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진취적 청년들에게 국민의 전폭적 지지가 요구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IT기업 창업자들이 다수 국회에 증인으로 채택되었다. 이러한 관행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파괴적 혁신가에게는 격려와 위로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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