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종지부
- 삼성 “조정위 중재안 조건없이 수용”
- 인과성 ‘의심’까지 피해자 전원 보상
- 최대 보상액 1억5000만원
- 이재용 ‘사회적 책임’ 전향적 결정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1년 만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삼성전자는 49주년 창립기념일인 지난 1일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중재해온 조정위원회가 낸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7년 3월 기흥공장 여성 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된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해법을 찾게 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무조건 수용’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8000명 전원 정규직 전환(4월), 180조원 통큰 투자를 비롯한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 방안 발표(8월),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 해소(9월) 등 일련의 전향적인 조치와 맞물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돼 온 오래된 난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번 ‘반도체 백혈병’ 중재안의 핵심은 개인별 보상액을 낮춰서라도 최대한 많은 피해자에게 보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근무와 발병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인과성이 의심되는 수준까지 피해자의 범위를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했다.

대상자는 1984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가 관련된 질병을 얻은 전원(재직자ㆍ퇴직자 포함)으로 정했다.

피해 보상대상 질병 또한 기존 26종에서 46종으로 확대했다.

보상 기간은 1984년 5월 17일부터 오는 2028년 10월 31일로 정하되 그 이후는 10년 뒤에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보상액은 백혈병이 최대 1억5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난소암과 유방암은 각각 최대 7500만원으로 정해졌다. 또 유산의 경우 1회당 100만원, 사산은 1회당 300만원을 최대 3회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측은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기로 한 만큼 이달부터 빠르게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중재안에 대표이사 공개사과와 향후 산재 예방을 위한 발전기금 500억원 출연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을 수용해 이달 중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백혈병 발병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2008년 3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발족하면서 본격화했다.

지난 10년 이상 반올림 측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특정 기준 없이 모든 경우에 대해 보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건 지난 7월이다.

조정위가 올해 초 삼성전자와 반올림으로부터 ‘합의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7월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양측에 각각 발송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무조건 수용’ 입장을 밝히고 반올림도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10년 이상 끌어온 분쟁의 해결을 예고했다.

이번 극적 타결을 두고 삼성 측은 그동안 사회적인 논란이 된 오랜 난제를 잇따라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의미를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들어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 직원 8000여명을 직접 채용하고,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했다”며 “여기에 ‘반도체 백혈병 논란’까지 종지부를 찍으면서 전향적인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