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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은 못믿겠다!’ 저가매수 개미들도 엑소더스
-개인 29일 증시서 7900억원 매도…올 들어 두번째 규모
-“외국인 매도로만 폭락 설명 역부족…투자심리 자체 꺾여”
-이달 신용융자 잔고 1조6200억원 감소…올해 최대치
-연말 양도소득세 부과 피하려 ‘큰손’들 매도 가능성도 커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추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자 개인투자자들마저 손을 털고 나가는 기류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더 이상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개미들의 ‘공포심리’가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7948억원 어치의 물량을 던지고 주식시장을 떠났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 1월 26일 개인은 주식시장에서 총 8269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월은 코스피 지수가 2600선까지 치솟고, 코스닥 지수도 930선까지 근접하며 역대 최고의 랠리를 펼치던 시기였다. 당시 유례없는 강세장에서 펼쳐진 개인투자자들의 ‘팔자’는 차익실현의 성격이 짙었다.

증권업계는 지금의 상황이 1월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대량매도 공세로 주도했던 폭락장에 개인마저 합류하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제히 탈출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더 이상 외국인의 매도로만 증시 하락을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주식시장 전반에 투자심리 자체가 크게 꺾였다는 것이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 기대감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이든 기관이든 모두 내다팔아서 주가가 약해지니까 매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결국 함께 내다파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대매매 물량 역시 지금의 급락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에게 투자자금을 빌려준 증권사는 주가가 하락해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해당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실시한다. 증권사가 이처럼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주식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코스콤에 따르면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서만 1조6258억원(29일 기준)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감소폭이 가장 크다. 신용융자 잔고 청산이 빠르게 진행되자 시장에 추가 충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 지수가 5% 넘게 하락한 29일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한꺼번에 1810억원이 청산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에 비춰볼 때 개인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고 급감은 반대매매 증가로 연결된다”며 “지금과 같은 주가 하락은 추가적인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지금이 바닥이라는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 공포의 끝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연말이 가까워진 점도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꼽힌다.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사업연도 종료일인 12월 31일 기준 특정 종목을 15억원 이상 보유한 경우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큰손’들이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고, 연초에 다시 매입을 반복하면서 증시 왜곡현상이 문제로 지적됐다. 연말만 되면 ‘큰손’들의 매도세로 주식시장이 몸살을 앓는 이유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말을 앞두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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