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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방송희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주택공급에도 소비자보호가 필요하다
선분양 방식은 과거 경제고도성장기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주택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도입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주택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 선분양방식의 공급구조는 시장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정부는 주택공급업자에게 건설자금 부담을 경감시켜 사업 참여유인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주택부족 문제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었다. 주택공급업자는 건설자금을 사업시행과정에서 상당부분 회수함에 따라 자금조달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정부의 분양가 제한 조치로 아파트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었기 때문에 선분양을 통한 주택구입은 수요자 입장에서도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주택구입자금을 할부로 납부 할 수 있으니 목돈 지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분양시장과열, 분양가격 상승과 분양권프리미엄 형성은 또 다른 투자수요를 분양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업의 위험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한국형 선분양제도에서 소비자는 입주시점에 인도받을 견본주택 만을 보고 고가의 주택을 매입하게 된다. 만약 견본주택보다 낮은 품질의 아파트를 사게 되거나 주택품질에 문제가 있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계약당시 분양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지급하고, 약 2년 6개월간 매입가격의 약 60~70%에 해당하는 중도금을 내야한다. 물건을 인도 받기 전에 납입하는 중도금을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했다면 이자비용도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이 된다. 온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가상의 주택 구입비용중 70%~80%를 미리 지급하는 것이다.

분양계약자가 납부한 금액은 주택의 건축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공사기간 중에 공급업자의 귀책으로 계약 해지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주택 매입자는 계약의 해지와 납입금 회수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하고, 금전적 손실은 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 분양 계약 체결 이후 발생하는 위험을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다. 완공된 아파트를 거래하는 후분양 구조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문제이고, 당초에 공급자가 부담했어야 할 위험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한국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375만원, 서울은 6억8517만원에 이른다. 이들을 보호할 장치는 분양보증을 통한 최소한의 소비자보호 규정이 전부이다. 주택분양구조를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선분양 사업장에 대해 공정관리 강화, 주택 품질보증 확대, 하자보증의 확대 등 소비자 보호규정 강화가 시급하게 고민돼야 한다.

해외에서도 선분양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국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과거 일본에서 1960년대 전후로 도시재건 및 신도시 건설을 위해 예외적으로 선분양 방식을 허용해 주택을 공급한 사례가 있고, 미국, 캐나다 등은 분양예약을 허용하는 수준이다. 홍콩과 같이 현재까지도 선분양을 허용하는 국가는 분양계약시점에 소유권이 분양자에게 이전되는 등 강력한 수요자 보호조치를 두고 있다. 실질적 권한 없이 위험을 소비자가 떠안는 한국형 선분양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의 독특한 분양구조가 주택부족 문제 해소에 기여한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주택보급률은 102.6%에 달한다. 그러나 인구감소, 혼인율 감소, 출산율 저하 등 주택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수요환경의 변화는 정부와 시장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형 선분양 방식의 주택거래를 공정하다 할 수 있을까? 분양구조의 기본원칙을 세우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소비자의 권리가 주택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고민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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