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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가자는 간절한 마음 그게 우리 세대”
이동표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김종영미술관 이동표 초대전 ‘달에 비친’
황해도 해주출신…어머니ㆍ통일 연작 선보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고향에 가고 싶다는 건 거기에 누가 있어서 가고 싶다는게 아니라, 그냥 그 땅에 가고싶은 거다”

황해도 해주출신 작가 이동표(86)는 “실향민은 다 똑같다. 이 길 돌면 우물 나오고 이 길 나오면 누구 집 있고 그걸 머릿속으로 헤아리다 잠든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이후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했으니 68년째 실향민이다. 

이동표 작가의 초대전 ‘달에 비친’이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다. 평생을 작업해 온 ‘어머니’연작과 지난 10년간 집중해온 ‘통일’연작 등 3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 그림의 종착역은 통일로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라며 “간절한 그리움은 아마 젊은 세대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게 우리 세대의 한(恨)이다”라고 말했다. 

이동표, 통일이다. 고향가자. 130x160cm 2013 아크릴[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이동표, 이산의 아픔 50x60.6 cm 2008 유화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이동표, 실향노인의 눈물 208X297cm 2017 아크릴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작가에게 어머니는 각별한 존재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산후 병으로 돌아가셨기에 일면식도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리움이 크다. 1995년작 ‘병상의 어머니’는 자신과 어머니의 이별 장면을 담았다. “어린 나를 안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계시지 않았나싶다” 내년이면 미수를 앞두고 있는 작가지만 작품 설명을 하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작품 속 어머니는 모두 얼굴이 다르다. 상상의 모습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넉넉한 마음으로 자식들을 품는 모습은 한결같다. 

10여년 전부터는 통일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제 남북관계는 살얼음 판이었는데도 작가는 통일이 되면 걸어서 하루거리에 있는 해주로 달려갈 희망을 품고 작업에 매진했다. 이전 남북전쟁 소재 작업들은 무척이나 어두웠음에 비하면 밝고 활기차다. 마치 어린이가 그린듯 서툴고 투박하면서도 밝다. 전시에 나온 가장 최근작은 2017년 ‘실향노인의 눈물’이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핵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르던 시기에 그린 그림이다. “역사화라고 까지 하긴 그렇지만 시대상을 그때 그때 담아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고” 부지런히 그린 작품이다. 최근 해빙무드를 보면서 작가는 “지금이라도 가면 좋지 않느냐. 건강하니까. 언젠간 해주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도 품지만 “그렇게 당장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68년차 실향민에겐 작은 뉴스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봐야한다는 경험치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듯 보였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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