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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맡기는 처지에 반대는…” 사립유치원 운영위 있으나마나
자문기구 역할…의무사항 없어
“국공립처럼 심의기구로 만들어야”


비리 사립 유치원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가운데 사립 유치원내 교육자치기구인 ‘유치원 운영위원회’가 사실상 무력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 유치원 학부모들은 운영위 위상부터 문제가 있으며 아이를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원 운영위를 통해 하고 싶은 말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치원 운영위는 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공식적 참여통로로서, 유치원 운영의 민주성ㆍ합리성ㆍ투명성을 높이고 유치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제도로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유치원 운영위는 유치원 내 교육자치기구이며 유치원 내외 구성원이 함께 하는 유치원 공동체로, 유아교육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등에 근거해 설치ㆍ운영, 집행기관인 유치원장과는 독립된 기구다.

그러나 현실의 사립 유치원 운영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최근 공개된 한 비리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김모(인천ㆍ37)씨는 “유치원에 9명의 학부모 위원이 있지만 공개된 비리 사실을 알고 있는 학부모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운영위에서 그동안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운영위원들이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를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또다른 사립 유치원 학부모는 “유치원 운영위가 있다는 말을 최근에야 들었다”며 “사립 유치원이 원장 개인 재산이라 정부 감시가 어렵다면 돈을 내고 있는 부모들이 감시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대전서 열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사립유치원 학부모들 간담회에서도 유치원 운영위의 내실 있는 운영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간담회 한 참석자는 “사립유치원 운영위원회는 법적으로 자문기구라 참여 기회가 적다”며 “국공립처럼 심의기구로 위상을 강화해 학부모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국공립 유치원의 운영위는 심의기구인 반면 사립 유치원은 자문기구로 성격이 달리 정해져 있다. 국ㆍ공립 유치원의 경우 원장은 운영위의 심의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그 심의결과와 다르게 시행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운영위와 관할청에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사립 유치원은 어떤 의무 상황도 없다.

결국 제도 속에서 사립 유치원 운영위는 ‘원장 거수기’ 역할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사립 유치원 운영위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는 “운영위가 되더라도 아이를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원장의 제안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운영위를 심의기구로 만들어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학부모의 유치원 참여 기회 확대와 유치원의 책무성 강화를 위해 사립 유치원 비리근절 종합대책에 사립 유치원 운영위의 기능 강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gr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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