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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전성우 고려대 한경생태공학부 교수] 개발제한구역과 자연자원총량관리
지난 9월21일 국토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양질의 저렴한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공공택지 30만호를 확보하는 것인데 논란의 중심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있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내용을 접하면서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와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은 산업화로 인한 인구집중과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한 환경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1938년 ‘그린벨트법’, 1947년 ‘도시 및 농촌계획법’을 잇따라 만들었다.

이 가운데 그린벨트는 지난 80년간 치밀하고 합리적인 법제로 개발압력을 이겨내면서 전국토의 13%에 해당하는 면적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를 본따 1971년 7월부터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에 국토면적의 약 5.4%인 5397㎢의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했다.

환경적 보존가치가 높은 곳을 골라 지정한 것이라기 보다는 무분별한 개발 및 도시 연담화 방지를 위해 도시외곽부터 일정폭을 벨트모양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30여년만에 사유재산권 침해와 개발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개발제한구역은 1999년 7개의 광역도시권 일부와 중소도시권 전체가 해제됐다.

당시 개발제한구역 해제 기준은 단순히 보존할 가치가 낮은 지역, 지정목적이 달성된 지역이었다. 법을 어기고 훼손시켜 환경보전가치가 낮아진 지역은 해제되고, 법을 잘 지켜 보전가치가 높아진 지역은 존치되면서 형평성 문제도 낳았다.

또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중소도시권에서는 신도심이 생기면서 원도심이 쇠퇴하고, 광역도시권에서는 올해와 같은 최악의 폭염 등 환경재난을 만들었다. 만약 20여년전에 개발제한구역이 감소되지 않도록 총량을 보전하는 방향에서 해제 및 복원을 추진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자연자원총량제를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속가능성 원칙에 따라 환경용량범위 내의 개발만 허용하고, 개발되는 만큼 복원을 함께 추진하는 제도로 독일의 ‘자연침해조정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독일은 개발사업 추진시 △대체ㆍ복원이 불가능한 우수 자연자원은 보전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 동일가치 이상으로 대체ㆍ복원 △대체ㆍ복원이 어렵다면 훼손한 가치만큼 복원비용을 부과하거나 개발-보전에 따른 공공이익을 비교하여 사업추진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원칙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연침해를 보상하기 위한 토지를 미리 매입 또는 임대하여 비축해 두거나 적절한 조치를 사전에 구현하는 ‘생태계좌’도 개설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현대 기술로는 영원히 원상복원이 불가능하다. 눈앞에 닥친 현안을 신속히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0년은 아니더라도 최소 다음 한 세대를 고려하는 정책 결정을 단 몇 개월 만에 내려야 할 만큼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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