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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학교 폭행 피해학생 부모 인터뷰] “아픈 아이, 사각지대로 데려가 마구 때려…차마 볼 수 없었다”
교남학교 6학년 A군은 담임선생님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는 지적장애 1급과 뇌전증을 앓고 있었다. [A군 학부모 제공]
-“지적장애 1급에 왜소한 아이…폭행장면 보며 눈물만”
-“말 어눌하지만 ‘학교 싫다’고 짜증만…몰라서 미안해”
-특수학교 폭행 연이어 발생…“가해자 엄벌해야” 강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장애학교 담임 선생님이 아픈 아이를 마구 때릴 수가 있나요.”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교남학교 폭행 피해 학생 어머니 정미영 씨를 22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만났다. 이날은 담임교사 이모(46) 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었다. 서울남부지법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 씨에 대해 영장을 발부해 경찰 구속했다. 이 씨는 총 12차례에 걸쳐 이 학교 학생 2명을 발로 걷어차고 빗자루로 때리거나 물을 뿌리는 등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학생 한명이 정 씨의 아들 A(13)군이었다. 아이는 지적장애 1급에 뇌전증을 갖고 있었다. 지난 8일 처음 경찰서에서 ‘아동학대 피해자로 보인다’는 연락을 받던 날, 어머니는 아이의 폭행 사건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다. 믿을 수가 없었다.

“키147㎝, 몸무게 39㎏ 작고 왜소한, 아픈 아이를 어떻게 담임교사가 때릴 수 있는가.”

어머니는 경찰서에서 CCTV로 아이가 담임선생님에게 무차별로 폭행당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선생님은 아이를 발로 차고 밀치고 잡아당겼다. 아이는 겁에 질려 온몸을 덜덜 떨었다. 분이 안 풀렸는지 선생님은 아이를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갔다. 그 다음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어머니는 “감히 상상조차 못하겠다”며 울먹였다.

그는 “모든 아이가 소중하겠지만 실험관 시술 8번을 해 힘들게 얻은 아들이었다. 미숙아로 태어나 40일동안 입원하고 힘들게 키웠다”면서 “뇌전증을 앓고 있어서 집에서도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키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교남학교 피해학생 어머니를 22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만났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아이의 폭행 사건을 알게 된 후 어머니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가 아팠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엄마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돌이켜보면 아이는 3월이 지나서부터 부쩍 학교 가기를 싫어했다. 계속 “학교 가기 싫다”고 짜증내는 일이 잦아졌다. 10년동안 말짱했던 아이의 미아방지 목걸이가 갑자기 없어졌고 7월에는 팔과 몸에 멍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담임교사의 폭행을 상상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지적장애 아이는 화와 짜증만 낼 뿐 그 이유를 표현할 수 없었다.

아이의 팔과 다리 등에 멍이 들어온 날 학교에 전화했을 때 담임선생님은 “다른 아이와 싸워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정 씨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내 아픈 아이를 맡겼고, 내 대신 아이를 봐주는 학교와 선생님에게 늘 감사한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담임선생님의 폭행은 다른 피해학생의 폭행사건을 수사하던 중 CCTV를 분석하다가 밝혀졌다. 하마터면 평생 모르고 넘어갈 뻔 했던 사건이었다. 정 씨는 “아이의 아픔을 알아차리지 못해 너무 미안할 뿐이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피해학생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어머니는 직접 폭행을 당한 아이뿐만 아니라 이를 목격한 다른 아이들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곁에서 친구가 선생님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더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자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지적장애 학생을 교사가 성폭행 한 태백미래학교 사건, 사회복무요원이 장애아이를 폭행한 인강학교 사건 등 특수학교 폭행 사건이 많이 벌어져 학부모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장애 아이들은 말을 제대로 못해 아마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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