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감추고 싶은 현실의 오점 내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
갤러리 바톤, 리암 길릭 개인전 전시전경. 이한빛 기자/vicky@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 ‘갤러리 바톤’서 개인전

알록달록한 바 형태의 부조가 벽에 자리잡았다. 미니멀한 조각이 리드미컬하다. 그 옆엔 영문 텍스트가 자리잡았다. ‘There Sould be Fresh Springs...’(새로운 샘들이 솟아나야 한다), ‘Some delusion should remain...(어떤 착각들은 그대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등 굵은 서체로 새긴 문구는 알쏭달쏭하다.

영국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54)의 신작이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 바톤은 리암 길릭의 개인전 ‘새로운 샘들이 솟아나야 한다(There Should Be Fresh Springs...)’를 19일부터 연다. 리암 길릭은 스웨덴 시청(2014), 영국 홈 오피스 빌딩(2003~2005)의 공공설치로 유명한 작가로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초기 작가 중 한 명이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미니멀리즘 계열로 분류될 법도 하다. 간결한 형태와 색상이 두드러지기 때문. 그러나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같은 분류에 선을 그었다. “나의 작품은 추상작업이지만 이른바 미국식 젠 추상(Zen Abstract)과는 다르다”는 작가는 “미국식 미니멀리즘은 형태의 순수성만을 추구하며 이데아적 세계를 표상한다면 나의 작품은 엉망진창이고 뒤틀린 현실에 발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도 건물 외벽 환풍구를 가리는 커버에서 착안했다. 건물을 기능할 수 있게 하는 환기시스템이지만 숨겨야하는 ‘오점’처럼 보이는 지점이 작가에겐 흥미로웠다. 그는 “건물의 구조적 개념과 공간의 질서가 이렇게 표현된다”며 “관객들이 이것을 미술품인지 건축 인테리어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내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이 아니라, 작품을 보고 그 작품을 등지고 서서 다른이와 이야기하는 관객의 모습”이라며 작품과 관객의 관계, 작품과 작품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길 권했다.

전시 제목을 포함한 텍스트는 작가가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생들과 협업한 선언문 형태의 강령 중 발췌했다. 가상의 학교 설립을 위한 이상적 조건들을 담은 문장으로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은유한다. 영국식 블랙코미디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리움(2014), 아라리오뮤지엄(2016)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작가는 “나에게 한국은 영감이 넘쳐나는 곳”이라며 “여러 모더니티가 혼재돼 있으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도시의 골목길과 2층 양옥집의 덧댄 구조물 등 날마다 사진 찍느라 바쁘다”고 했다. 미술, 출판, 디자인, 전시 기획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내년엔 인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