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영, 작품 2017 M-6, Oil on canvas, 120×120cm, 2017 [제공=갤러리 현대]

유희영 화백·한운성 작가 속속 신작 공개
102세 국내 최고령 작가 김병기 화백 등
원로작가들, 대한민국예술원 기획전 출품
개인·단체전 등 나이 잊은 작품활동 활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이라는 격언은 ‘노병이란 없다, 영원한 현역만 있을 뿐’이라는 말로 수정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미술이란 분야에서 말이다.

원로 화백들의 활동이 심상치 않다. 삼청동 주요 갤러리에서 신작을 공개하는 개인전이 이어지는가 하면 대한민국예술원에선 기획전도 열리고 있다. 나이는 70이 훌쩍 넘었지만 캔버스에선 ‘작가’가 있을뿐 그 나이는 찾을 수 없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20여년전의 필치와는 분명히 달라졌지만 그만큼 깊이감 있는 작품들이 나왔다.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의 또 다른 모습으로도 보인다.

유희영 화백(78)은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오는 11월 4일까지 연다. 2003년 같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지 15년만, 2006년 뉴욕 첼시 개인전 이후 12년만이다. 전시엔 200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작업한 색면추상 작업이 나왔다. 한가지 색으로 캔버스를 칠하고, 색면으로 공간을 분할 했다. 자를 대고 그은 듯 정확하게 나뉜 색면은 냉정하고도 차가운 느낌도 준다. 붉은 계열의 색감이 많지만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가는 “내 작업을 보고 쉽다고들 한다. 형태가 단순하니까. 그러나 압축적인 시가 소설보다 깊이가 덜한 것이 아니다”며 “60대 이후에도 계속 새로운 작품을 하는건 정신력이고 투혼”이라고 말했다. 

한운성, 라넌큘러스, Ranunculus Asiaticus, Oil on Canvas, 150×150cm, 2018 [제공=이화익갤러리]

‘매듭’, ‘과일’ 연작으로 유명한 한운성 작가(72)는 이화익갤러리에서 이달 말까지 개인전을 연다. ‘FLOS’(꽃)를 주제로 하는 전시엔 새로운 소재인 ‘꽃’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이전 작품처럼 대상의 본질과 정체성에 집중한다. 암술과 수술이 다 보이도록 꽃의 모습을 정면에서 그렸다. 아름답다기 보단 꽃이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어색함도 느껴진다. 작가는 “내 그림은 일종의 증명사진이다. 증명사진이 사람의 얼굴을 정면에서 담아 그 정체성을 표현하 듯, 내 그림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작품제목도 의미심장하다. 라넌큘러스를 그려낸 작품의 이름은 ‘Ranunculus Asiaticus’. 학명을 활용해 전 세계 누가 보더라도 이 꽃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 미술계 원로작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제 39회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도 진행중이다. 예술원 미술 분과 회원 18명의 신작과 예술원 미술전 첫 출품작 등 31점과 작고회원 작품 2점 등 총 33점이 걸렸다. 

민경갑, 영겁의 명 18-4, 화선지에 먹과 채색, 112×162㎝ 2018 [제공=문화체육관광부]

김병기, Mountain East 2018,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2018 [제공=문화체육관광부]

특히 국내 최고령 작가인 김병기(102)화백은 신작인 ‘마운틴 이스트(Mountain East) 2018’을 출품했다. 100호 사이즈 캔버스를 가득 채운 예술혼은 나이를 가늠키 어렵다. 민경갑(85)화백의 ‘영겁의 명 18-14’을 비롯 조각가 전뢰진(89)의 ‘환상’, 이준(99)의 ‘풍유(風遊) 에이(A)’ 등이 나왔다. 미술 분과 신입회원으로 새롭게 선출된 서양화가 김숙진(87), 공예가 강찬균(80)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올해 유명을 달리한 백문기 조각가의 1957년 작 ‘표정’, 이광노 건축가의 설계작 ‘무애건축박물관’ 설계도면과 모형을 전시해 그들의 생전 창작활동을 기리는 자리도 마련됐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이어지며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예술원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