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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마전 전락한 정규직전환] 채용 적폐청산 비웃듯…고용세습 ‘뒷문’ 연 비정규직 해소
일부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 비정규직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당직자와 당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가기만 문재인 정권의 가짜 일자리ㆍ고용세습 규탄대회’에서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구멍 숭숭뚫린 특별대책에 할 말 잃어
중앙부처 산하기관 275곳 중 93.5%가 연루
“일자리 도둑 잡고 보니 공공기관” 비난폭주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일부 공기업의 이번 채용 비리 의혹은 정부가 작년말 범부처 차원으로 ‘채용비리 특별대책 본부’를 발족하고 중앙과 지방 공기업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고강도 근절 대책을 발표한 이후 나타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채용비리 의혹은 작년말 중앙의 275개, 지방의 824개 등 총 1099개 공기업에 대한 전수조사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일종의 ‘우회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리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공기업 전수조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보다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강원랜드와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의 인사청탁과 특혜채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이를 ‘적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전수조사와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지시하자, 정부는 4일 후 긴급 관계장관 간담회를 갖고 법부처 차원의 ‘채용비리 특별대책 본부’를 구성해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중앙의 각 부처는 총 330개 공공기관 중 이미 감사원 감사 등을 거친 55개 기관을 제외한 275개 기관의 2013~2017년 5년 동안의 채용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지난해 10~12월에 실시했다. 동시에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와 합동 조사반을 구성해 지난해 11~12월에 149개 공사ㆍ공단, 675개 출자ㆍ출연 기관 등 모두 824개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와 40개 기관에 대한 심층조사를 진행했다.

전수 및 심층조사 결과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만연해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 275개 중 93.5%인 257개 기관에서 2311건의 비리가 적발됐고, 지방 공공기관에선 조사대상의 59.3%인 489개 기관에서 1488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비리 유형을 보면 중앙 공공기관 2311건 중 부적절한 위원회 구성이 5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규정 미비(440건), 모집공고 위반(233건), 부당한 평가기준 적용(211건), 선발인원 변경(147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방 공공기관의 경우 적발된 1488건 가운데 모집공고 위반이 297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적절한 위원회 구성(226건), 규정 미비(171건), 부당한 평가기준 적용(143건), 채용 요건 미충족(112건), 선발인원 변경(38건)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용한 ‘고용세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33개 중앙 공공기관의 현직 기관장 8명과 직원 34명, 퇴직 기관장 14명과 직원 등 모두 64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행안부는 26개 지방 공공기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또 중앙 공공기관 155명, 지방 공공기관 90명 등 240여명을 징계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비리자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수사 의뢰하는 한편,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비리 행위자의 명단 공개와 합격 취소 및 불이익을 당한 지원자에 대한 구제 등을 취하기로 했다. 채용비리가 발생할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제재하고 상시감독 체계를 마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문화를 정착시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정부의 특별대책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지적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청년을 비롯한 취업난이 극심한 가운데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상황에서 채용비리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도둑 잡고보니 공기관”이라는 비난 여론을 갈 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진상조사하고, 또 어떤 강도로 근절대책을 내놓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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